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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칼럼] 사막 한가운데 미래 신도시가? 극한 환경에서 더욱 주목받는 스마트시티

2022.06.30 3min 30sec

‘스마트시티’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입니다. 스마트시티의 일차적 목표는 에너지, 교통, 건물 등의 체계를 개선해 도시의 기능을 한 단계 진화시키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죠. 특히 사막도시나 해양도시인 경우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극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시티를 계획하고 있는 글로벌 도시 사례를 모아보았습니다.


민간 주도로 개발되는 미국의 사막 스마트화

사막 한가운데 집을 짓고 산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갈증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사막으로 유명한 나라 대부분이 오아시스와 같은 물줄기를 따라 도시를 형성하고 있죠. 최근 이런 사막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들려옵니다. 사막에 새로운 미래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전략입니다. 

탄소를 뿜어내는 자동차 대신 자율주행차가 다니고, 집·학교·회사·병원 등 어디나 15분이면 갈 수 있는 도시가 있다?! 미국 월마트의 전 경영자였던 마크 로어는 지난해 9월 “앞으로 40년간 미국 서부 사막에 친환경 미래 신도시를 건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도시의 목표를 “평등주의 실현”이라고 말하며 “개혁된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미래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가 구상하는 신도시의 이름은 ‘텔로사(Telosa)’. 아리스토텔레스의 ‘텔로스(Telos: 고유 또는 그 이상의 목적)’에서 따온 말로 일본 도쿄의 청결함, 미국 뉴욕의 다양성, 스웨덴 스톡홀름의 사회적 서비스를 추구합니다. 디자인 설계 회사도 확정됐습니다. 일본의 스마트시티 설계를 받은 바 있는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비야케 잉겔스그룹(BIG·Bjarke Ingels Group)입니다. BIG의 설립자 비야케 잉겔스는 “텔로사는 스칸디나비아 문화의 사회적·환경적 특징과 함께 미국의 문화인 자유와 기회를 상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월마트의 전 경영자 마크 로어가 추진 중인 ‘텔로사(Telosa)’ 조감도. 식수와 식량 걱정이 없고, 어디나 15분이면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미국 월마트의 전 경영자 마크 로어가 추진 중인 ‘텔로사(Telosa)’ 조감도. 식수와 식량 걱정이 없고, 어디나 15분이면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


언젠가 실현될 이 도시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스쿠터, 자전거 등 친환경 모빌리티만이 도로 위를 달리게 됩니다. 사막 한가운데 건립돼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테지만, 자체 수도 시스템이 물을 만들어 식수 걱정이 없습니다. 텔로사의 상징이 될 고층 건물 ‘이퀴티즘 타워(Equitism Tower)’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이 들어서고, 저수지와 수경 재배 농장을 갖춰 식량을 자급할 수 있습니다. 

건설 가능한 사막 지역도 물색 중입니다. 미국 네바다, 유타, 아이다호, 애리조나, 텍사스, 애팔래치아 등이 후보지입니다. 텔로사는 서울 면적(605.2㎢)과 비슷한 607㎢ 규모로 계획되며, 기대 인구는 500만 명입니다. 마크 로어는 건립 비용에 4000억 달러를 예상하며 민간 투자, 기부,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보조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선 2017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역시 스마트시티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 한가운데 토지를 8000만 달러를 투자해 사들였습니다. 빌 게이츠의 투자회사 케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Cascade Investment)는 자회사인 벨몬트 파트너스(Belmont Partners)를 통해 8만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100㎢ 규모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새롭게 탄생하는 도시의 이름은 ‘벨몬트’로 부동산 개발을 주도할 회사의 이름을 땄습니다. 

IT 거장이 만드는 스마트시티답게 벨몬트에는 최첨단 기술과 초고속 네트워크(5G), 데이터센터 등이 마련됩니다. 새로운 제조 기술과 분배 모델, 자율주행 교통 수단과 자율 물류센터도 들어설 계획인데요. 이 지역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사막이지만,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고속도로와 연결돼 있어 입지가 좋다는 평입니다.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중동의 스마트시티

민간 자본에 의해 제안되는 미국과 달리 중동은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도시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타르는 2005년 수도 도하 북쪽에 있는 위성도시 ‘루사일(Lusail)’의 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38㎢의 면적에 4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신도시를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카타르는 먼저 루사일에 바다를 메운 인공 매립지 펄(The Pearl)을 만들고 그 위에 아파트 단지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이 도입된 고속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건설했습니다. 카타르 정부는 2022년 현재 도시의 인프라가 95%가량 지어졌으며,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오는 12월 전까지 완성된다고 밝혔습니다.

루사일의 지하에는 24㎞ 길이의 폐기물 파이프 네트워크가 매장돼 있습니다. 각 건물과 연결돼 있는 이 파이프 라인은 인간의 하수와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됐습니다. ‘진공 튜브’ 네트워크를 통해 운영되며, 이로써 하루 70t의 운송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루사일의 하수와 폐기물은 첨단 처리 과정을 거쳐 재사용됩니다. 폐기물은 지역 냉각 시스템의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로 재활용되고, 하수는 재처리돼 조경시설이나 수변시설에 사용됩니다. 평균기온이  40~50도를 넘나드는 만큼 중앙집중식 냉방시스템도 도입됐습니다. 건물 내부 온도가 적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자동으로 AC(Alternating Current: 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는 전류) 장치가 제한돼 에너지 낭비를 막습니다. 이 시스템으로 약 20만t의 CO₂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네옴(NEOM)’은 5000억 달러가 투입된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입니다.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 규모로, 이집트와 요르단에 인접한 사우디 북서부 홍해 해안에 조성됩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에너지와 물 그리고 운송 수단. 사우디는 풍력과 태양열만으로 가동되는, 탄소 배출이 없는 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막에는 태양광 패널을, 해안선에는 풍력발전기를 다수 설치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용이해서입니다. 수직농장, 온실을 통해 식량을 조달하고, 탄소배출이 없는 담수화 플랜트에서 물을 공급받습니다. 담수화 플랜트는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며, 염수 찌꺼기는 산업용 원료로 재사용해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이집트에서도 도시 스마트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집트는 카이로의 도시 혼잡과 증가하는 인구 유입에 대응하고자 새로운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카이로 외곽 45㎞ 지점에 최대 650만 명이 거주하게 될 이 도시에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공항과 미너렛(이슬람교 사원의 외곽에 설치하는 뾰족탑),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타워, 중동에서 가장 큰 오페라하우스, 엔터테인먼트 지구, 거대한 도시공원, 새로운 의회 및 대통령궁이 계획돼 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올 중순까지 30여 개 정부 부처를 새 수도로 이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해수면 상승의 위협... 해상 스마트도시로 해결

지구가 매년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최고기온 기록 역시 매해 갱신 중입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건 비단 더위를 겪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데요.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해상 스마트도시에 대한 상상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은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세계 주요 대도시가 홍수와 침수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은 2019년 4월 해안 도시와 저지대 국가의 해수면 상승 적응 대책을 모색하고자 미국 뉴욕의 블루테크 기업 오셔닉스(Oceanix: 해상도시를 설계·조성하기 위해 2018년 설립)와 네덜란드 건축회사 BIG(Bjarke Ingels Group)과 함께 머리를 맞댔습니다. 그 결과물이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오셔닉스 시티(Oceanix City)’입니다. 오셔닉스 시티는 최대 3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하나의 부유식 모듈이 최소 단위이며 육각형 모양입니다. 6개의 육각형 모듈이 모여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형태입니다. 도시 건축은 현지에서 보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으로, 모든 구조물은 폭우, 해일 등 폭풍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해상도시 개발 기업 오셔닉스가 공개한 오셔닉스 시티 조감도. 최대 3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하나의 모듈이 최소 단위며, 모듈 6개가 모여 마을(빌리지)을, 마을 6개가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형태다.

해상도시 개발 기업 오셔닉스가 공개한 오셔닉스 시티 조감도. 최대 3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하나의 모듈이 최소 단위며, 모듈 6개가 모여 마을(빌리지)을, 마을 6개가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형태입니다. ]


오셔닉스 시티의 단면도. 해저에 바이오록이 보인다.

오셔닉스 시티의 단면도. 해저에 바이오록이 보입니다. ]


해상도시는 ‘바이오록(Biorock)’이라고 하는 구조물을 선박의 닻처럼 사용해 고정합니다. 특정 전류를 흘려보내 바닷물의 미네랄과 함께 굳히면 산호초 군락이 형성되는데 이를 바이오록이라고 부릅니다. 철근 구조물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생태계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오셔닉스의 공동설립자인 이타이 마다몸베(Itai Madamombe)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오셔닉스 시티는 유기적으로 성장, 변형 및 적응하도록 설계됐으며, 무기한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지속가능한 해상도시는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부산시 북항 연안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 본 칼럼은 뉴스룸 운영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김태현 <서울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 / 사진 제공=텔로사, 오셔닉스 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