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팬데믹으로 감염병 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호흡기를 통한 감염병은 숨 쉬고, 식사하고, 이동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고 걸릴 수 있는 만큼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개인위생 관리로 집단면역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보았습니다.
호흡기 바이러스, 누구냐 넌!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열에 약합니다. 기온이 낮은 시기에 활동하므로 특히 겨울철은 이른바 ‘바이러스 시즌’이죠. 사람은 반대입니다. 추운 날씨를 잘 견디지 못해 실내 난방을 합니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실내외 온도 차가 크고 우리 몸은 그 기온차에 적응하느라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게다가 건조한 날씨로 호흡기 내 점막이 마르면 바이러스의 침투에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되죠.
이래저래 약해진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와 감염병을 일으킵니다. 가장 흔한 감염병은 감기. 원인 바이러스는 200가지가 넘지만 어떤 바이러스든 감기는 기침과 콧물과 같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심하지도 않습니다. 며칠 쉬면 저절로 낫는 데 반해 독감은 병원균이 감기와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병합니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갑자기 나타나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해지죠. 폐렴은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 원인이 다양합니다. 독감의 대표적인 합병증도 폐렴이죠.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누렇고 냄새 나는 가래와 숨찬 증상이 동반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심하게 아픈 증상이 지속되면 폐렴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문제는 이들 감염병이 한 개인에게만 발병했다가 사라지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코로나19 감염증도 많은 사람에게 전염돼 큰 피해를 입히고 있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등 공신은 ‘집단면역’입니다. 감염병이 기승을 부려도 이 병에 면역력을 얻는 수가 늘어나면, 지역사회 전체의 면역력이 높아지면서 감염병이 사그라듭니다. 집단면역을 높이기 위해 인류가 개발한 것이 백신으로, 백신을 접종해 독감과 폐렴으로 인한 입원·사망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신보다 더 중요한 예방 수단은 이른바 ‘셀프 백신’이라 불리는 개인위생입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때처럼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세계보건기구(WHO)나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 집단에서는 개인위생을 가장 강조했습니다. 집단면역을 높이기 위한 3대 개인위생법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공중 매너’입니다.
감염병 예방 제1원칙 ‘손 씻기’
병원균이 피부에 묻는다고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점막을 통해 신체 내부로 침투해야 발병하죠. 점막이 있는 부위가 주로 눈·코·입인데, 우리는 무의식중에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곤 합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대한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회 위원장)는 “폐쇄회로CCTV 등으로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1시간에 눈·코·입 등 얼굴을 20차례 이상 만진다. 이런 습관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손 씻기 방법은 비누를 이용해 흐르는 물로 30초 이상 씻는 것입니다. 손만 잘 씻어도 감염병의 70%를 예방한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확인됐죠.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손을 비누와 물로 30초 이상 씻으면 세균이 99.8% 제거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의 손은 병균뿐 아니라 온갖 물질로 인해 더러워집니다. 외부에서 물과 비누로 손을 씻을 상황이 안 된다면 매장 등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임시방편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물티슈는 알코올 성분이 없으므로 바이러스를 확실히 죽이지는 못합니다. 에스컬레이터나 문의 손잡이 등을 만졌을 때 물티슈로 손을 닦아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기침 예절 등 공중 매너가 중요한 시기
코로나19는 감염자가 말하거나 기침할 때 분사되는 침방울로 확산됩니다. 감염자의 침방울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은 첨단 의학 기술이 아니라 개인위생입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 마스크 착용이죠. 더구나 건조한 계절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기 주변 습도가 높아져 점막이 마르는 현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
감염병 확산을 막는 또 다른 방법은 공중 매너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침 예절이죠. 어떤 이유로든 기침이 나오는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스크가 없다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을 가려야 합니다. 입을 가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뒤처리입니다. 손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면 손을 즉시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씻는 게 좋습니다. 물이 없다면 손 소독제나 물티슈로 즉시 침방울을 제거해야 합니다. 손수건이나 휴지로 입과 코를 가렸다면 휴지는 버리고 손수건은 잘 세탁해야 하죠.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했다면 옷을 세탁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겉옷이어서 자주 세탁할 수 없는 경우 매일 옷을 갈아입기라도 해야 합니다. 옷에 묻은 바이러스는 대체로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자신에게 이상 증상이 생겼을 때 자가격리하는 것도 지역사회에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물론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모두 코로나19 감염증은 아니며 일반 감기나 계절성 독감일 가능성도 큽니다. 증상이 심해 너무 힘들면 병원에 찾아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단면역 높이기’ 궁금증 타파!
Q 외부 화장실 비누는 더러울까?
외부 화장실을 이용할 때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한 것이므로 병원균이 묻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비누가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습니다. 1965년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손에 대장균과 포도상구균 등 병원균 50억 마리를 묻힌 후 손을 씻었습니다. 이들은 비누 한 개를 번갈아 사용했죠. 그 결과 병원균은 비누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런 사실은 1988년 재차 확인됐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슈도모나스나 대장균 같은 병원균을 주입한 비누로 손을 씻었지만 손에서 유의미한 수치의 박테리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Q 손 소독제 vs 물과 비누
손 소독제(손 세정제)를 맹신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물과 비누로 손을 씻는 것보다 손 소독제가 손의 병원균을 죽이는 데는 확실합니다. 에탄올 성분의 손 소독제는 본래 이 환자 저 환자를 접촉하면서도 그때마다 손을 씻기가 번거로운 의료인을 위해 개발됐죠. 일반인도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게 이로울까요? 2019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실험을 해봤습니다. 대장균으로 오염된 손을 비누와 물, 손 소독제, 물티슈, 흐르는 물로 각각 씻도록 했더니 비누와 물을 사용한 세균 제거율이 96%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손 소독제 95%, 물티슈 91%, 흐르는 물 30초 91%, 흐르는 물 15초 87%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Q 올바른 마스크 사용법은?
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마스크로 입과 코를 완전히 덮고 얼굴과의 사이에 틈새가 없게 밀착해야 효과적입니다. 숨 쉬기 어렵다고 입만 가리고 코는 내놓으면 마스크를 사용하나 마나라는 얘기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마스크를 코까지 가리고 쓴 사람은 메르스에 걸리지 않았지만 입만 가린 사람은 감염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 일단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손으로 마스크 표면을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스크 표면에 묻어 있다면 이런 행동만으로도 병원균에 감염될 수 있죠. 마스크를 벗을 때도 끈을 잡아야 합니다. 무심코 마스크 표면을 만졌다면 반드시 손을 씻는 게 안전합니다.
글=노진섭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