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궁과 고즈넉한 한옥으로 많은 이가 찾는 서울 종로구 소재 안국역에 아주 특별한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대형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될 법한 기술엑스포가 다름아닌 현대건설 계동 본사에서 펼쳐진 것입니다.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12~13일 협력사 우수 제품과 기술 공유를 통해 건설업계 전반의 기술 성장과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는 ‘현대건설 기술엑스포 2023’을 개최했습니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정된 73개 기업의 제품과 기술이 소개된 이번 기술엑스포는 3500여 명의 참관객이 방문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는데요. 상생협력의 장이자, 건설업계의 최신 기술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던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우수한 K건설 기술, 현대건설로 총집합
현대건설 기술엑스포 2023은 국내 건설사 최초의 협력사간 혁신기술 공유의 장이자, K건설의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술엑스포는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과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윤영구 회장 등 건설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을 갖고 공식 일정을 시작했는데요. 건설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교두보가 되는 행사인 만큼 업계 주요 인사 외에도 파트너사 및 학계 인사 등 개막식에만 4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과 업계 관계자들이 행사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
이번 기술엑스포는 ▷기술전시회 ▷기술세미나 ▷구매상담회로 진행됐습니다. 그중 기술전시회는 ▲플랜트 ▲건축재(내·외장재) ▲전기·설비·배관 ▲철근·콘크리트·PC ▲토목 ▲안전 ▲모듈공법·소방 등을 카테고리로 한 67개 기업의 제품과 기술이 전시됐습니다. 기술엑스포 참여를 신청한 약 220곳 중 두 번의 심사를 통해 경제성, 효과성, 적용성, 기술력 등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선정된 기업들입니다.
기술전시회는 건설 협력사의 다채로운 기술과 제품을 통해 최신 건설기술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안전 관련 기술들이었습니다. 최근 건설현장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작업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선보였는데요. 이중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전시 부스는 베스트(Vest) 형태의 ‘웨어러블 에어백’을 개발한 세이프 웨어였습니다. 웨어러블 에어백은 추락사고 발생 시 IT기술과 접목한 센서를 통해 에어백이 0.2초 내에 팽창되어 작업자가 큰 부상을 입지 않도록 막아주는 제품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3~10m 이내 고소 작업에서 추락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면서 “웨어러블 추락 보호 에어백이 주요 신체 부위를 보호해 중대재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체인식 헬스케어 전문기업 이후시스㈜의 ‘생체인식 비접촉 헬스케어 솔루션 키오스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건설현장 작업자의 출입관리와 건강관리까지 가능한 제품으로 미세한 혈류량 변화를 감지해 AI 알고리즘으로 생체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입니다.
[ ‘세이프 웨어’ 부스 전경(위)과 ‘성지제강’ 기술 시연 모습. ]
2D 도면의 한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솔루션 BIM을 기반으로 한 기술도 보였습니다. ㈜성지제강은 비탈형 강판보* 거푸집인 OS-BEAM을 소개했습니다. BIM을 활용하여 보의 단 차이를 극복하고, 시공의 기초가 되는 거푸집* 설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입니다. ㈜성지제강 안민수 팀장은 “BIM 솔루션을 활용하면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와 호환할 수 있다”면서 “BIM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MR(Mixed Reality, 혼합 현실) 장비인 스마트 글래스(XR10)에 접속하면 설계와 실제 시공을 비교하며 품질관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간절하게 생각나는 난방과 관련한 기술 또한 참관객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유)세익의 ‘하나로 복합유량제어 시스템’은 공동주택 구역별로 유량* 값을 조절해 최적의 난방 구현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유)세익의 이도경 상무는 “기존의 시스템에 추가되는 기술이기에 시공성이 높고,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면서 “난방 쏠림 및 소음 문제 등에도 대응이 가능해 유지관리가 용이하다”고 적극 홍보했습니다.
*강판보: 강판만으로 용접한 보(기둥).
*거푸집: 콘크리트 구조물을 소정의 형태 및 치수로 만들기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구조물.
*슬래브: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바닥으로, 보의 높이가 낮고 폭이 넓은 구조물.
*유량: 관을 흐르는 액체에 대해 단위시간 동안 단면적을 통과하는 수량.
어깨동무를 한 듯 나란히 연결된 전시부스는 참여 기업 간의 소통을 더욱 긴밀하게 만들어 주었는데요. 서로가 서로의 관람객이 되어 부스를 방문하고, 각 사의 기술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듈러 전문 건설회사 ㈜유창의 정찬성 차장은 “첫날부터 많은 분이 찾아와 주셔서 놀랐고, 부스마다 활기가 넘쳤다”며 “처음 만난 다른 업체와도 파트너십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부스 곳곳에는 건설회사 사명이 적힌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단체로 관람하는 참관객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주택사업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한 참관객은 “회사 팀원들과 함께 왔는데, 다양한 건설 신기술들을 볼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면서 “오랜만에 현장 학습을 톡톡히 한다”고 후기를 전했습니다. 최근 건설정보시스템 석사 과정을 마쳤다는 정지석 씨는 “건설 자동화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현장 적용이 어려울 거라 여겼던 이론들이 이미 실현되고 있음을 이곳에서 확인했다”면서 “내가 하는 연구가 충분히 실증 가능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박람회였다”고 말했습니다.
[ ㈜옥타곤엔지니어링 부스 담당자가 참관객들에게 기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
기술 교류를 통한 상생협력의 장
본관 앞 광장에서 부스 전시가 한창일 때, 대강당과 강의실에는 기술 세미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참여 기업 가운데 주목해야할 건설기술 18가지를 선별했습니다. 또 현대건설 임직원을 포함해 관련 업계 방문자라면 누구나 사전 등록 후 자유롭게 세미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사옥 시설을 개방했습니다.
기술 세미나에서는 탈탄소 발전, 친환경 도료, 수소 생산과 같은 탄소중립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기술들과 안전과 품질은 물론 생산성까지 잡을 수 있는 스마트 건설기술, 건설업의 더 나은 방향성을 위한 기술 사례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박람회 첫 날에 진행된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의 ‘탈탄소 발전 기술’ 세미나는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멘스 에너지가 주도하는 하이플렉스파워 컨소시엄은 전 세계 최초로 수소만으로 산업용 가스 터빈을 최근 성공적으로 가동했는데요. 발표자로 나선 유제승 이사는 “수소가 기존 가스터빈의 연료로 대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의 탈탄소화에 청신호가 켜졌음을 강조하고 기술을 소개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그 열정을 이어받은 참석자들은 Q&A 시간에 끊이지 않는 질문으로 호응했습니다.
[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던 ‘탈탄소 발전 기술’ 세미나 현장. 참가자들은 세미나 후 명함을 주고 받고, 기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활발하게 소통했습니다 ]
세미나가 끝난 후 명함을 주고받으며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사 없는 전선관 및 GP 커넥터’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가온전선의 유근석 과장은 “참석한 사람들의 질문 수준이 높아서 즐겁게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었다”면서 “회사의 신제품과 신기술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 현대건설 기술엑스포가 열리는 본관 앞 광장 중앙에 설치된 구매상담회 부스 ]
현대건설 기술엑스포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상생협력’입니다. 본관 앞 광장 중앙에 설치된 현대건설 특별관에서는 구매상담회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중소기업과 협력사의 우수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실제 적용이 필요한 수요처를 연결해주어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목적으로 설치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참여 기업들의 기술 설명을 통해 현대건설과 참여 기업간의 현장 적용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소통이 이뤄졌습니다. 구매상담회에 참여한 소방용품 및 기계 전문회사인 육송㈜ 박세훈 부사장은 “형식적인 구매 상담이 아닌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 크게 감동했다”면서 “‘협력회사 핫라인’을 선물 받은 것처럼 든든하다”고 소감을 남겼습니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공정거래 준수’ ‘동반성장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대건설은 이번 기술엑스포 이후에도 협력사의 혁신 기술을 적극 소개하고 공법 개발을 장려할 계획입니다. 또 사업화 지원에 앞장서는 등 상생경영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기술엑스포가 협력사들 간에 우수 제품·기술에 기반한 파트너십 확대로 이어져 건설현장의 안전·품질 시공과 관리 수준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도 협력사 혁신 기술과 공법 개발을 장려하고,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며 동반성장을 실현해 나갈 것인데요. K건설 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건설회사와 미래 건설인들의 밝은 내일을 응원합니다!
게르브 코리아
건설현장에서 ‘안전’이 최우선으로 중요한 만큼, 기술엑스포에는 안전관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소개됐습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지진에 대비하는 방진*·면진*·제진* 기술입니다. 게르브코리아(GERB Korea)는 이번 박람회에서 지진 발생 시 모든 방향의 진동을 감소시켜 주고, 제진 효율이 뛰어난 동조 질량 댐퍼(TMD, Tuned Mass Dampers)와 지진과 바람에 의한 진동으로부터 건축 구조물을 보호하여 내진 성능을 향상시켜 주는 점탄성 제진 댐퍼(Viscous Wall Damper) 등을 선보였습니다. 댐퍼는 진동 에너지를 흡수하는 장치를 말하는데요. 동조 질량 댐퍼는 고층 빌딩, 교량과 같은 구조물에, 점탄성 제진 댐퍼는 병원, 학교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현대건설이 주력하고 있는 에너지 사업 중 하나인 소형모듈원전(SMR)에 적용 가능한 기술도 소개했습니다. 3차원 면진 시스템(BCS, Base Control System)은 지진 발생 시 생기는 수평·수직에 의한 외력으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 원전 플랜트에 적용하며 안정성을 인정받은 기술”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방진: 진동이 건물과 구조물에 전달되는 것을 막음.
*면진: 지진에 의한 건축물의 흔들림을 감소시키는 것.
*제진: 진동을 자동적으로 감지하여 제어하는 것.
영신디엔씨
스마트 건설기술은 건설업의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안전한 건설현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영신디엔씨는 IT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스템을 소개했습니다. 그중 ‘아이뷰플러스(Iview Plus)’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영상 인식 시스템입니다. 건설현장에는 수많은 중장비가 오가기 때문에, 주변 사각지대의 위험 요인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기술은 실시간으로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위험 상황을 알려줘 보다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 수 있는데요. 오직 인체만 감지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불필요한 알람이 울리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지게차, 굴삭기, 트럭 등 모든 산업용 차량에 적용할 수 있어 활용성 또한 뛰어나다”면서 “현대건설의 시공 현장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엠에스건설산업
심미성과 성능을 모두 챙긴 기술도 있었습니다. 보통 건축물 천장에 사용되는 자재는 단단한 석고보드나 금속 재질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엠에스건설산업㈜의 흡음* 패널은 조금 특별합니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이 느껴지죠. 때문에 운반과 시공 과정에서 근로자가 다칠 위험이 거의 없고, 혹여 천장재가 떨어지더라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패널을 개별 탈착할 수 있어 유지와 관리, 보수가 용이하다”면서 “사각형이 아닌 비선형, 원형으로도 가공할 수 있어 이 패널이 적용된 공간은 유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고 소개했습니다.
*흡음: 물체가 소리를 흡수하는 일.
동아지질
㈜동아지질은 연약 지반을 단단하게 보강하는 ‘DCM(Deep Cement Mixing) 공법’을 선보였습니다. DCM 공법은 쉽게 말해 연약 지반에 슬러리(Slurry, 시멘트 혼합물)를 천천히 주입시켜 땅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육·해상 프로젝트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데다 개량하는 지반의 면적이 증가할수록 공사기간 단축에 의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죠. 회사 관계자는 “바다와 강, 육지를 가리지 않고 많은 현장에서 DCM 공법을 사용 중”이라며 “자동화된 시공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어무브먼트
팬데믹을 경험하며 홈트레이닝, 홈오피스 등 주거 공간의 가치와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술엑스포에서는 주택의 미래를 유추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자동문 제조 전문기업 ㈜제일오토테크에서 선보인 ‘에어커튼 공동현관 무인경비 자동문’은 집으로 들어서기 전, 건물 입구에서 몸에 묻은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 줍니다. ㈜코어무브먼트에서는 누워만 있어도 스파와 운동을 동시에 시켜주는 스마트 욕조 ‘EMSSPA’를 내세웠습니다. 미세 전류(저주파)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유도하고, 생체 센서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원하는 강도에 맞춰 재활 프로그램, 근육 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운동이 가능한데요. 굳이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손쉽게 건강관리까지 가능한 날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