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1981년 풀라우 테콩 매립공사를 시작으로 창이공항 매립공사, 테콩섬 매립공사 2단계 등을 수행하며 변화를 이끌어 왔는데요. 지난해 준공한 투아스 핑거원 매립공사에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투아스 핑거3 현장까지, 현대건설이 확장한 싱가포르의 국토는 무려 7%에 달합니다. 바다가 땅으로, 그리고 해운 물류산업의 핵심 요지로 거듭나고 있는 곳, 싱가포르 투아스 핑거3 매립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 싱가포르 투아스 핑거3 매립공사 현장 전경. ]
싱가포르 최대 규모... 케이슨 227함 제작을 완료하다
싱가포르 서쪽 외곽의 투아스 지역. 준설선 수십 대의 바쁜 움직임을 따라 푸른 바다가 점차 육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매립해 총 4곳의 신규 화물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하는 ‘투아스 메가포트 프로젝트’의 세 번째 프로젝트, 투아스 핑거3 매립공사 현장(이하 핑거3 현장)입니다. 투아스 메가포트 프로젝트는 파시르 판장, 케플 등 남부 도심에 분산된 컨테이너 터미널을 이곳으로 한데 모아 운송 효율을 개선하고 도심을 개발하는 초대형 개발사업입니다.
총 물동량 6500만TEU(1TEU=20ft 화물 용량) 중 2100만TEU를 담당하는 핑거3 현장의 면적은 387㏊로 여의도의 약 1.33배 규모입니다. 케이슨 227함, 준설 2500만㎥, 매립 1억2300만㎥의 공사를 현대건설(35%)과 일본의 펜타오션(35%), 네덜란드의 보스칼리스(30%)가 함께 수행합니다. 모든 공사는 공동수행이 원칙이지만, 각 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회사별로 역량있는 공종의 시공을 주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내 케이슨 분야에서 이미 독보적인 자리에 위치한 현대건설은 케이슨 제작 및 설치를 리드해 수행 중입니다.
[ 지난 4월 25일 현장은 케이슨 227함 제작 완료 기념행사를 개최했습니다. ]
케이슨은 속이 빈 사각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다에 통째로 가라앉힌 후 토사나 사석으로 속을 채워 교량의 기초나 방파제, 안벽 등으로 사용합니다. 1함의 크기가 12층 아파트 1개 동과 맞먹는 대형 구조물로, 바닷물에 노출되기에 시공에 높은 기술력을 요합니다. 핑거3 현장에 설치하는 케이슨은 무려 227함. 모두 이으면 9.1㎞로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를 가뿐히 넘습니다.
2018년 3월 착공한 현장은 ▶6월 준설 및 매립 ▶8월 진입도로 건설 ▶10월 케이슨 기초 조성 ▶2019년 4월 케이슨 제작 ▶8월 케이슨 설치 ▶2021년 8월 지반 개량 공사 등 주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공정률은 58.6%로, 지난 4월 케이슨 227함의 제작을 모두 완료했습니다.
[ BD(Backhoe Dredger·백호 준설선)를 이용한 준설(해저면의 토사, 암석을 굴착하는) 공사. ]
[ TSHD(Trailing Suction Hopper Dredger·자항, 준설, 운반, 매립 가능한 다목적 준설선)를 이용한 매립공사. ]
[ 지반 개량을 위한 PVD(Prefabricated Vertical Drain·연약점토 지반을 압축 처리하는 기성연직배수재 공법). ]
케이슨 227함은 1995년 현대건설이 싱가포르 케이슨 시장에 진출한 이래 착공일 기준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이미 최고 수준의 시공능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고민과 기술 개발에 끊임없이 집중해 왔습니다. 전 임직원이 머리를 맞대어 낸 아이디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현장에 실제 적용됐습니다. 이는 월 최대 9.5함 제작 생산성 달성, 입찰 시 산정한 공기 33개월에서 3개월을 단축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독보적 기술력으로 해상공사의 입지를 견고히 하다
투아스 핑거3 현장은 벽체 콘크리트 타설 속도를 유사 프로젝트 대비 40% 이상, 케이슨 1함 제작 생산성은 최대 30% 이상 향상시키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두고 현장은 ‘현대건설의 독창적 기술이 조화롭게 실현된 결과’라고 말합니다. 실시 설계에서 케이슨 길이를 조정해 입찰 시 229함이었던 케이슨 제작 수량을 227함으로 줄이고, 케이슨 저판의 철근을 선제작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정 효율을 높였습니다. 또한 작업자의 경험을 토대로 진행하던 콘크리트 경화도 측정에 정량적 측정 기법을 개발·도입함으로써 공기 단축은 물론 품질까지 확보해 냈습니다. 케이슨은 제작 과정에 따라 유압 이동 장치를 통해 이동시키는데, 펌프 용량 상향으로 장치 이동 속도를 60% 이상 개선해 제작 소요시간을 단축하는 데 큰 힘을 보탰습니다. 임직원의 열정에서 비롯된 기술이 공기를 혁신적으로 단축한 것은 물론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는 근간이 된 것입니다.
특히 ‘실레인 자동화 도포 장비 개발’ 기술은 싱가포르 건설협회에서 주최한 ‘Workplace Safety & Health Innovation Award 2020’에서 건설 부문 최고인 금상을, ‘2020 현대건설 혁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기술력과 안전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바닷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케이슨은 콘크리트의 내구성이 더욱 중요한데요. 이에 콘크리트 표면의 보호막 역할을 하며 염화물이 스미는 것을 막는 ‘실레인’ 도포는 필수입니다. 도포는 수작업으로 진행하는데, 케이슨 최상부는 작업자가 높은 곳에 올라야 하기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곤 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은 ‘용액의 분사 압력으로 회전하면서 도포 및 유지 보수가 가능한 자동화 설비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지상에서 버튼을 눌러 작업할 수 있기에 고소 작업과 화학물질 노출의 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한 데 더해 자동화 작업으로 일정한 품질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완벽한 공정관리로 숨가쁜 매일을 보내던 핑거3 현장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특히 케이슨 제작 공사는 현장 공종 중 거의 유일하게 인력 집약적입니다. 1000여 명에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지만, 싱가포르 봉쇄 이후 5개월 이상 지속된 철저한 격리와 각종 규제로 현장 운영이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24시간 연속 진행하는 케이슨 제작의 특성상 주/야간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데 인력까지 부족해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고 하는데요. 이에 현장은 초과 근무에 따른 대체 휴무를 적극 반영하는 등 근무시간을 철저히 관리한 것은 물론 숙련된 근로자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남은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원활한 현장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뭉쳤기에 전례 없는 비상 상황에도 단 한 건의 중대 재해 없이 계획했던 기간 내에 케이슨 제작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서쪽 바다의 위성지도를 보면, 바삐 움직이는 현장의 찰나가 담겨 있는데요. 안벽이 물길을 막고, 육지가 점점 차오르는 그 중심에는 임직원의 값진 땀방울이 가득합니다.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오늘. 현장은 중요한 공정을 잘 끝냈다는 기쁨도 잠시, 완벽한 공사 수행을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케이슨 건설 과정이 궁금해요!
케이슨 건설은 크게 두 가지 공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이뤄지는 ‘케이슨 제작’과 해상에서 이뤄지는 ‘케이슨 설치’입니다. 우선 제작장에서 케이슨을 제작하는데, 이 공사는 24시간 연속적으로 이뤄집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케이슨 1함 타설에는 78~83시간(타입별 상이) 정도가 소요됩니다.
제작장에서 거대한 케이슨이 완성되면 현대건설이 보유한 2만t급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물 위에 뜨는 선박 거치 설비)에 실어 바다로 운반합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항만 공사에 필요한 대형 해상 장비를 20대 이상 보유해 시공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진수장에 케이슨이 도착하면 플로팅 도크에 물을 채워 가라앉힌 후 예인선을 이용해 케이슨을 끌어냅니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7시간. 이후 예인선을 정해진 위치로 이동시킨 뒤 설치 전용 바지선을 이용해 영구적으로 설치하게 됩니다.
① 기초 타설
② 벽체 타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