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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당신에게 드려요, 반짝이는 겨울의 아름다움

2021.12.27 2min 3sec

두툼한 눈꽃, 은빛 서리꽃, 눈 내리는 날 미술관 산책, 하얀 눈 위에 별처럼 돋은 불빛 수만 개... 이 계절을 즐기는 가장 핫한 방법은 눈꽃을 만나러 가는 일 아닐까요? 어쩌면 잠시 찾았다 홀딱 반하고 돌아올지도 모를 눈꽃의 향연. 그 환하고도 예쁜 반짝거림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강원 정선 만항재


차에서 내리자마자 은빛 서리꽃의 향연

 강원 정선 만항재 

만항재(1330m)는 우리나라에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입니다. 이 때문인지 이곳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 날에도 서리꽃이 자주 피는데요. ‘안개가 끼거나 일교차가 크다’ 싶은 영하의 날씨엔 틀림없습니다. 고개가 높아 동해안 쪽에서 넘어온 안개가 그대로 얼어붙어 상고대가 피는 것입니다.

제설 작업이 활발해 대부분의 경우 길을 오르는 덴 문제없답니다. 차 문만 열면 화려한 눈꽃이 가득해 오랫동안 환한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죠.

서리꽃이다 보니 이내 녹는 경우도 있지만, 한번 얼어붙으면 매서운 찬바람에 한낮까지 낙엽송 군락이 은빛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 날엔 차장 밖 세상이 바다의 윤슬처럼 은빛으로 반짝댑니다. 마치 길도, 숲도 겨우내 깊은 은빛일 것처럼 말이죠.

추천 여행 코스 만항재-함백산(왕복 1시간 20분)-정암사-삼탄아트마인



충남 당진 아미미술관


예쁜 눈꽃 안에 또 예쁜 핫플레이스

 충남 당진 아미미술관 

최근 당진에서 가장 ‘핫’한 곳입니다. 미술가 부부가 폐교된 초등학교를 다듬고 꾸며 만든 미술관으로, 그림처럼 예쁘다는 소문이 전국에 났는데요.  일명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늘 카메라를 든 이들로 북적대는 포토 존이 됐습니다. 

공간은 크게 네 권역으로 나뉩니다. 전시관, 카페, 운동장, 야외 정원. 이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별다른 치장 없이 전시관으로 탈바꿈한 옛 교실인데요. 시간의 더께가 진득하게 내려앉은 전시관은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식물이 자라는 자리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창틀을 뚫고 들어온 넝쿨식물들이 전시장에 가득하죠. 마치 누군가 그려놓은 것처럼 푸릇푸릇 생기가 넘쳐 보는 내 흐뭇합니다. 

부부는 외부 조경에도 정성을 듬뿍 쏟았습니다. 수백 종의 나무와 화초를 심어 가꾸고, 곳곳에 벽화와 유니크한 정크아트를 배치해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특히 눈 내리는 날의 풍경이 더없이 곱습니다. 눈송이가 하얗게 몽글몽글 내려앉는 모습도 예쁘고, 커튼처럼 드리운 수십 개의 고드름도 인상 깊고요. 카페에 앉아 오랜 시간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겨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답니다.

추천 여행 코스 왜목마을-신리성지-솔뫼성지-아미미술관-삽교호 바다공원



제주 한라산 영실탐방로


짧게 올라 진하게 누리는 눈꽃

 제주 한라산 영실탐방로 

한라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등반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겨울 산행에 필요한 채비를 단단히 하고, 체력에 맞는 길만 선택한다면 말이죠.  

현재 한라산에는 5개의 주요 탐방로가 있습니다. 이 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탐방로는 백록담을 밟을 수 있는 성판악 코스이고, 편하게 찾는 탐방로는 영실과 어리목 코스입니다. 아무래도 겨울철엔 산행의 수고로움이 덜한 영실 코스가 인기인데요. 짧은 시간(왕복 2시간 30분)에 어느 곳에서보다 화려한 눈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실 탐방로의 눈꽃 감상 포인트는 영실기암과 구상나무 군락지, 선작지왓. 오백장군의 전설이 깃든 영실기암의 눈꽃은 장대하고, ‘눈의 숲’ 같은 구상나무 군락지의 설경은 신비롭습니다. 또 백록담의 시커먼 부악이 시선을 압도하는 선작지왓은 ‘신들의 겨울 정원’인 양 매혹적입니다. 아니 어쩌면, 눈썹에 몽실몽실한 눈꽃 한 송이 피워 올리고서야 내려올 수 있는 ‘산의 시간’, 그 자체가 더 로맨틱한 눈꽃 포인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천 여행 코스 한라산(영실코스)-카멜리아힐



경기 가평 쁘띠프랑스


눈꽃에 별꽃까지 피는 곳

 경기 가평 쁘띠프랑스 

겨울이면 눈과 빛으로 황홀해지는 공간입니다. 안 그래도 예쁜 건물에 새하얀 눈과 반짝이는 불빛이 가득하니 얼마나 고운지. 밤이면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죠. 불빛의 정체는 프랑스 산 LED 조명인데요. 대부분이 크고 화려한 공중조명이라 한층 환상적입니다. 일테면 별빛 모양의 대형 그물 조명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거나, 형형색색의 커다란 전구들이 하늘에 둥실 뜬 형태입니다. 그래서일까, 쁘띠프랑스 전체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 같습니다.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곳답게 이곳엔 아기자기한 조형물이며 벽화도 즐비한데요. 어린왕자부터 대형 트리, 사막여우, 술주정뱅이까지 포진해 곳곳이 포토 존이고 볼거리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와 <시크릿가든> 같은 드라마에 등장해 품은 이야기가 많은 것도 매력이죠. 여기에 프랑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건축물까지 있으니 일석삼조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눈 내린 ‘봉주르 산책길’을 따라 쁘띠프랑스를 크게 한 바퀴 돌아도 좋습니다. 산책로 곳곳에 있는 어린왕자 조형물을 따라 걷는 재미에, 전망대에 올라 눈 내린 청평호를 한눈에 조망하는 맛까지 쏠쏠합니다.

추천 여행 코스 잣향기푸른숲-아침고요수목원-쁘띠프랑스


글·사진=이시목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