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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요한 MZ! 기성세대만큼 일에 진지한 이유

2021.08.30 3min 8sec

MZ세대는 미스터리합니다. 회식에는 불참하는데 업무에는 열정적이죠. 관심 없는 듯 지내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누구보다 더 큰 목소리를 냅니다. 회사에선 협업하지만 거기까지, 사생활에 대해서는 먼저 선을 그어놓고 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MZ세대의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


MZ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소통하지 않는 것이죠. 이 힘 빠지는 결론은 MZ세대를 알면 알수록 정답처럼 보입니다. 실마리는 ‘나’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MZ세대는 일종의 해체주의자입니다. MZ세대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에 물음표를 던지죠. 왜 취직하고 나면 결혼해야 하는지, 결혼하고 나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회식에 꼭 참여해야 하는지 의문을 던집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물음표가 모든 것에 던져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음표는 ‘나’와 관련된 것에서 주로 생겨납니다. 다시 말하자면 MZ세대의 기준은 ‘나’입니다.

저출산 문제를 떠올려봅시다. MZ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되지만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면 다른 답이 나옵니다. 출산은 MZ세대의 ‘나’를 잃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MZ세대는 출산 이후에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지 보고 듣고 자랐습니다. “그만큼 아이가 주는 행복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뒤따르지만 비(非)출산을 결심한 MZ세대의 경우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떠나던 여행을 가지 못하고, 퇴근 후 자유시간도 없죠. 자기계발이란 뒷전이고, 월급의 대부분을 아이를 위해 씁니다. 특히 실제로도 경력단절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여성에게 출산은 곧 ‘나’를 잃을 수 있다는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MZ세대에게 ‘한국의 미래를 위해’ ‘애국자가 되어라’는 식의 출산장려 구호는 황당하게까지 느껴집니다. “내가 왜 한국 사회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죠? 내 삶을 챙기기도 바쁜데.” 한 MZ세대의 불평은 MZ세대가 ‘나’를 잃는다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말해줍니다. 이 문제는 곧바로 MZ세대 신입사원들의 태도를 이해하게 만듭니다. MZ세대 신입사원에게 회사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의 경제적 능력을 키워줄 회사, 자존감을 높여줄 회사가 중요한거죠. 다시 말하지만, 기준은 ‘나’ 입니다.

현대건설 <사보신문>이 MZ세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뒷받침합니다. MZ세대에게 힘이 되는 것은 ‘월급’(36.1%)입니다. 일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 또한 다른 데 있지 않죠. 나의 지갑(54.3%)이나 성장(23.5%)에 있습니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현건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때’에 대한 응답입니다. 회사의 위상이 달라진 걸 느낀다거나 대형 수주 소식이 들려올 때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많은 MZ세대 직원은 ‘존경 받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들을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대답했습니다. 말하자면 회사의 외형적인 성장만이 MZ세대 직원의 자부심을 높여주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내가 만족스럽게 다닐 수 있는, 혹은 내가 자랑할 수 있는 회사를 다니고 싶어 합니다.



MZ세대가 이기적이라고?

‘나’의 만족과 행복은 MZ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마치 회사에 관심 없어 보이는 듯 보이지만 사실 MZ세대만큼 까다로운 직원도 없습니다. 이들은 아무 회사에나 다니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살인적인 취업난 속에서도 MZ세대 취준생들은 쉽게 눈을 낮추지 않죠. 콧대가 높아서가 아닙니다. 내가 만족할 만한 회사가 아니라면 오래 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3년간 조사한 ‘대학생 취업 선호도’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이 기업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연봉 수준과 복지 제도입니다.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 기준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업 이미지가 좋아서’라는 응답이 다소 낮게 나온 것과 비교해볼 때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MZ세대 대학생에게 좋은 기업이란 ‘나’에게 좋은 기업이라는 얘기입니다.

MZ세대는 어떤 경우 조직에 친화적입니다. 상사와도 활발히 소통하고, 회사에 충성을 바치기도 합니다. 그 조건의 핵심은 ‘나’입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볼까요? 현대건설의 MZ세대 직원들은 재택근무에 대해 긍정적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보면 ‘자율성’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개인 업무 성취도가 높다’거나 ‘나만의 공간’이 주어지고 ‘잡무가 없다’는 등 나의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 MZ세대 직원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기성세대와의 차이가 느껴질 때를 묻는 질문에서도 과반수 가까운 응답자가 ‘무조건 상사 지시에 따를 때’(47.8%) 거부감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 나의 결정권이 닿지 않는 일을 꺼리는 것입니다.

이 맥락에서 MZ세대가 회식을 싫어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회식처럼 내가 결정하거나 관여할 수 없는 시간이 생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MZ세대라고 해서 상사와의 자리를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유롭고 수평적인 자리가 만들어져 MZ세대 스스로가 술잔을 기울일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도 자유롭게 털어놓을 수 있으며 “이만하면 집에 갈 시간이다”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입니다. 설문조사에서 ‘회사에 가장 바라는 것’으로 꼽힌 ‘할 말은 할 수 있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35.8%)는 바로 자율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내 업무를 내가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게 된다면 MZ세대의 일에 대한 충성도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유능성에 대한 욕구도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를 묻는 질문에 ‘경제적 가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이 ‘지적 성장’(23.5%)이었습니다. 일을 통해 능력을 계발할 수 있기를 원하는 MZ세대의 희망이 읽히는 응답입니다.


MZ세대와의 소통 ‘일’에 맞춰야

MZ세대가 일에 임하는 자세는 기성세대만큼이나 진지할 수도 있습니다. 직접 일을 조직해 책임지고 마무리하면서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일은 일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막상 자신의 영향력하에 놓인 일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임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MZ세대는 급격히 일에 대한 관심을 잃습니다.

MZ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의 소통은 이 부분에서 어긋납니다. MZ세대에게 회사에서의 ‘나’에게 중요한 것은 관계맺음이나 친밀감이 아닙니다. 그런 감정적인 것들은 회사 밖의 영역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대신 회사는 오롯이 ‘일을 하는 곳’이죠. 그 일이 때로는 스스로 즐거워하는 일이 되기도 하고 억지로 하는 일이 될 때도 있지만 어쨌든 회사에서 얻고자 하는 바는 감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는 설문조사에서 ‘휴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상당수가 ‘긴장을 풀고 온전히 휴식하는 시간’(40.2%)이라고 답한 데서도 엿보입니다.

MZ세대와의 소통은 보다 더 ‘일’에 집중돼야 합니다. 잡담은 MZ세대에게 소통이 아니라 ‘상사와의 의무적인 대화 시간’으로 여겨집니다. 오히려 명확한 업무 지시, 결과물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등이 제대로 된 소통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소통을 하지 마라’는 결론은 이렇게 도출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신변잡기로 시작하는 소통을 하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죠. “요즘 어때?” “결혼 소식은 없고?” “지난 주말에 뭐 했어?” 같은 질문을 굳이 던질 필요가 없습니다. 회사 밖 MZ세대의 모습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소통의 시작입니다. 대신 회사 안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대화를 시작해 봅시다. 오롯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격려해 주는 것, MZ세대가 바라는 기성세대와의 소통 모습입니다.

※ 본 칼럼은 본 채널 운영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김효정 <주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