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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따라 랜선투어] 진부하지만 로맨틱한 해피엔딩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속 싱가포르

2021.05.07 2min 41sec

뻔한 스토리지만 결말이 궁금할 때, 진부하더라도 달콤한 러브스토리가 당길 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추천합니다. 2018년 개봉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할리우드 영화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100% 아시안이라 친근감이 들죠. 싱가포르계 미국인 작가 케빈 콴(Kevin Kwan)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의 배경은 싱가포르. 로맨스 스토리에 관심이 없더라도 싱가포르의 현재 모습을 알고 싶다면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왼쪽 이미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포스터 / (우측 이미지) 도시의 야경 -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은 아름다운 야경에 멋을 더한다. 선텍시티, 사우스 비치, 마리나 만다린 호텔 등 현대건설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건축물을 다수 건설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은 아름다운 야경에 멋을 더한다. 선텍시티, 사우스 비치, 마리나 만다린 호텔 등 현대건설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건축물을 다수 건설했습니다. ]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뉴욕에서 만난 레이첼(콘스탄스 우)과 닉(헨리 골딩)이 싱가포르로 떠나는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닉의 절친 결혼식에 참석하며 그의 가족도 함께 만날 계획.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 첫발을 디딘 곳은 바로 창이 공항입니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관광지이자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여실히 알려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용객을 위한 다양한 휴식 서비스 외에도 아름다운 실내 정원 등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2019년 추가로 오픈한 주얼 창이 공항(Jewel Changi Airport)은 개장 6개월 만에 방문객이 50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창이 공항의 제2여객터미널을 현대건설이 지었기에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더욱 반가운 곳이기도 합니다. 작은 땅의 한계를 극복하고 바다 매립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공항을 만들어낸 싱가포르.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주얼 창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주얼 창이 ]


닉과 레이첼이 싱가포르로 날아와 숙박한 곳은 래플즈 호텔(Raffles Hotel)입니다. 1887년에 지어진 최고급 럭셔리 콜로니얼(식민지 주민이 모국의 건축을 본떠 세운) 양식의 래플스 호텔은 싱가포르에서도 가장 오래된 호텔로 손꼽히고 있으며,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의 경우 1박에 1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고급스러움을 자랑합니다. 싱가포르를 발견한 토머스 스탬퍼드 빙글리 래플즈 경의 이름을 딴 이곳은 유서 깊은 싱가포르의 대표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찰리 채플린 등의 명사가 다녀간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이 호텔 내 ‘롱 바(Long Bar)’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 기본 안주인 땅콩을 까먹으며 그 껍질을 바닥에 버리는 게 이곳의 전통입니다. 거리에 쓰레기 버리는 것에 엄격한 싱가포르에서 유일하게 바닥에 마구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재미는 덤입니다. 호텔 투숙은 안 해도 롱 바에 들러 칵테일 한잔하려는 여행객이 많아 늘 붐비곤 합니다.

영화에서 성대한 댄스파티가 열린 곳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입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의 뒤쪽 길을 걷다 보면 연결되는 이곳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거대한 나무와, 나무 사이를 공중에서 걸을 수 있는 128m의 길로 더욱 유명합니다. 이 거대한 나무 내부의 식물들은 빗물과 태양열로 자랍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진가는 밤에 나타나죠. 화려한 조명과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무료 레이저 쇼를 보려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지구 환경을 감안한 친환경 시스템에 한 번, 웅장하고 세련된 기술과 디자인에 한 번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 공간입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멋스러운 싱가포르 100% 즐기기

어마어마한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지금껏 티 내지 않고 여자친구인 레이첼을 배려하고 보호했던 닉. 그러나 닉 어머니의 결혼 반대에 서로의 감정은 계속 꼬여만 갑니다. 답답한 닉과 레이첼은 친구들과 노천식당에 모여 맛있는 음식과 함께 고민을 나눕니다. 여러 노점식당을 모아 놓은 이 실내외 푸드코트 또한 싱가포르의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여러 아시아 사람과 그 문화가 섞여 만들어진 나라인 만큼 이들만의 독특한 '호커 컬처'(싱가포르의 다문화 사회를 나타내는 음식과 문화를 일컫는 말)가 형성돼 있는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이 푸드센터입니다. 싱가포르 현지인, 관광객 누구나 해가 지는 시간이면 거리에 둘러앉아 각양각색의 음식과 싱가포르 대표 맥주 ‘타이거’를 한잔 곁들입니다. 특히 약 100여 개의 노점상이 모여 있는 뉴턴 푸드센터(Newton Food Centre)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호커센터로 이름이 높습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음식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현지 문화를 가장 리얼하게 체험하고 싶다면 꼭 가봐야 할 곳입니다. 2020년에는 호커 컬처가 싱가포르 최초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됐죠.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전통문화이면서도 여러 인종이 섞여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입니다.


뉴턴 푸드센터(Newton Food Centre)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자신의 집안에는 부족하다며 레이첼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닉의 어머니가 결국 며느리를 받아들이고, 모두 모인 약혼 파티 자리에는 웃음이 가득합니다. 이미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가 마무리되는 이 파티 장소는 마리나 베이 샌즈입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모세 사프디(Moshe Sadie)가 트럼프 카드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건축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룸 2561개 규모에 무게 6만t의 거대한 스카이파크가 3개 호텔 타워 위에 놓인 구조입니다. 길이 150m, 세계에서 가장 큰 루프톱 수영장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싱가포르의 풍경은 그 누구도 반할 만큼 아름답고 멋스럽습니다. 

여행과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는 무조건 추천합니다. 필자 역시 이 영화를 이미 두 번이나 봤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살짝 유치한 러브스토리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열연도 한몫했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멋스러운 싱가포르를 100% 리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영화를 통해 마치 싱가포르를 속속들이 돌아본 것 같은 기분에 잠시나마 여행의 설렘과 행복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싱가포르 여행 꿀팁!

싱가포르 여행의 마무리는 주얼 창이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공항’에 대한 기억을 덮을 만한 공간. 로컬 쇼핑 숍, 맛집,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가득 채워진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실내 폭포입니다. 공항을 오가는 셔틀 트레인이 이곳을 관통하는 순간 폭포를 배경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 멋진 인증샷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여행의 목적을 두 가지로 잡을 것! 

싱가포르 도심에서 세련된 도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싱가포르의 아름다운 인공 섬 ‘센토사’에서는 전형적인 휴양지 느낌의 여행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두 가지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일정을 계획할 것을 권합니다. 머무를 호텔을 반반씩 나눠 예약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글·사진=여행작가 루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