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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에서 AX까지, 건설은 어떻게 진화할까?

2024.09.09 8min 20sec

DX에서 AX까지, 건설은 어떻게 진화할까?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알린 쇼킹한 사건이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AI는 바둑판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일상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은 건설 분야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현대건설 현장에 적용 중인 스마트 건설 사례를 통해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에서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으로 진화 중인 건설의 달라진 풍경을 살펴봅니다. 


■ 노동 집약에서 기술 집약 산업으로 

건설은 많은 노동력이 투입됩니다. 백제 개로왕이 건설했다는 한강을 따라 세워진 커다란 둑이나 현재도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건설현장이고, 육체노동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모습이 건설업과 무관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콜로세움으로 알려진 기원 후 80년에 세워진 이탈리아 로마의 경기장의 정식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Amphitheatrum Flavium)’. 가로 세로 너비가 각각 144m, 높이가 36m인 이 경기장은 10년간 노예 5만 명을 동원해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비지땀을 흘리는 건설의 이미지도 조만간 달라질 전망입니다. 전통적인 건설 기술에 로보틱스, AI,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IoT(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건설 기술’이 설계․시공․유지관리 분야로까지 확산되며 안전과 품질까지 향상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공사 단계별 스마트 건설기술 사례


■ 디지털 트윈을 정교하게 만드는 AI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스마트 건설 기술이 도입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디지털 업무환경입니다. CDE(Common Data Environment)라 불리는 ‘공동 정보 관리 환경’은 BIM을 비롯한 각종 설계와 시공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플랫폼을 지칭합니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 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프로젝트 협업이 가능해지죠.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수행 중인 네옴시티 러닝터널,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건설공사, 고속국도 제400호선 김포-파주간 건설공사 등 국내외 현장에 CDE 플랫폼을 구축하여 본사와 현장은 물론, 멀리 떨어진 관계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남북도로 현장 BIM 활용 사례


CDE를 기반으로 가상세계에 복제된 디지털 트윈 환경은 AI와 결합할 때 그 기능과 가치가 업그레이드됩니다. 디지털 데이터를 분석 또는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응용해 설계를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으며, AI가 주변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의사 결정을 빠르게 돕기 때문이죠. 과거에 ‘청사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던 도면의 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진보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건물이 완성되었을 때 주변 경치와 어떻게 어울릴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고, 지하에 터널을 파거나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로를 만들 때 주변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비정형 구조물이나 구조가 복잡한 건축물을 설계할 때 시공성 검토를 위해 실물 모형(Mock-up)을 제작하곤 합니다. 현대건설은 최근 이 모형검토 과정을 디지털화(DMU, Digital Mock-up)하여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DMU는 구조물뿐 아니라 복잡한 장비 검토에도 활용되는데요. 현대건설의 고속국도 제400호선 김포∼파주간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직경이 14m에 달하는 거대 TBM 장비를 AR을 활용해 DMU 검토를 진행했으며, 별내선(암사-별내) 복선전철 3공구 건설공사, 세종-포천 고속도로 안성-구리 건설공사에서는 DMU 데이터를 3D 프린팅과 연결해 실물 모형 제작에 활용키도 했습니다. 

디지털 목업 현대건설 현장 활용 사례 예시

■ 시공을 돕는 로보틱스와 건설 자동화 장비

건설 현장에는 대형 장비도 가득합니다. 거대한 장비가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기술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장비에 센서와 모니터를 부착해 작업자가 지형 정보와 작업 위치를 확인하며 작업할 수 있는 머신 가이던스(MG, Machine Guidance)나 위치기반 기술을 활용한 머신 컨트롤(MC, Machine Control) 시스템을 도입해 시공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스마트 건설 자동화 장비인 MG와 MC 차이 설명

현대건설 역시 광범위한 시공면적을 자랑하는 토공사나 까다로운 특수지형에 MG‧MC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설 부지를 조성하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2단계 제3공구 조성공사나, 해발 3,800m에 달하는 고산지대에서 비행기가 이륙할 평탄한 활주로를 만드는 페루 친체로 신공항 건설공사, 자동차의 안전한 고속주행을 위해 수평과 커브의 각도가 중요한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 등의 현장에서는 스마트 건설장비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MG‧MC 장비는 현장의 측량 업무도 간소화합니다. 공사에 필요한 정보들이 이미 데이터화되어 시공 효율이 개선된 것이죠. 현대건설은 MG‧MC 외에도 여러 종류의 스마트 장비를 통해 측량작업의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드론 ▶레이저 스캐너 ▶MMS(Mobile Mapping System, 차량용 라이다) ▶무인보트 등 측량용 장비들을 활용해 지형, 구조물, 주변 환경의 지도를 완성하고, 여기에 ▶스팟 ▶지상차량(UGV) 등 로봇을 이용해 현장 특수 정보까지 추가하면 초정밀 디지털 맵(Digital Map)이 완성됩니다. 

스마트 장비를 활용한 디지털 맵핑과 데이터 활용

AI는 장비와 로봇이 취득한 현장의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돕습니다. 초정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Machine Learning,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추론할 수 있는 기술)한 AI 정보를 MG나 MC에 적용하면 작업자가 필요 없는 무인화 장비까지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드론이 3차원으로 작업 현장을 스캔해 영상 데이터를 전송하면, AI가 모델 학습을 통해 현장에 맞는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각각의 장비 성능을 고려한 최적화된 명령을 기계에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현대건설은 건설 맞춤형 데이터 파이프라인(Data Pipeline)* 구축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기존의 유사 공사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합리적인 시공 계획과 현장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데이터 생성부터 분석 및 시각화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Life-Cycle)에 따른 데이터의 흐름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구성된 시스템.


■ 작업자와 사용자 모두가 행복한 기술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이 반가운 이유는 휴먼테크에 기반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공사 현장에서 어떤 실수가 벌어지는지, 위험 요소는 없는지 AI의 능력을 빌려 살펴본다면 작업 현장은 더욱 안전해질 것입니다. 여기에 주변 환경을 다양하게 인지할 수 있는 측정 장치와 감지 장치를 함께 연결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분석한다면 안전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도 있겠죠.

현대건설의 첨단 안전기술에는 cctv 영상 분석 시스템, 초음파 및 IoT센서, 스마트 안전 시스템인 HITTS가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금빛노을교 및 5생활권 외곽도로 현장에 AI CCTV를 시범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건설 현장에 특화된 데이터를 활용한 이 CCTV 영상분석 시스템은 보호장비 미착용 작업자나 건설장비의 안전거리, 연기‧불꽃 등 화재위험을 인지해 사전에 알려줍니다. 고속도로 제400호선 김포-파주간 건설공사,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 3호선 현장에는 초음파나 IoT를 활용한 특별 센서가 도입되어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센서들은 불어난 수위를 감지해 배수펌프를 자동으로 제어하거나 노후된 옹벽이나 제방의 상태를 확인해 붕괴위험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합니다.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작업을 하게 되는 터널 현장에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지하 터널 무선통신 기술과 안전 솔루션을 통합한 스마트 안전 시스템 HITTS(Hyundai Integrated & TVWS-based Tunnel Smart Safety System)이 적용돼 작업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TV 방송용 주파수 유휴대역(TVWS: TV White Space)을 활용해 터널 및 지하 전 구간에서 Wi-Fi 무선통신이 가능하도록 한 이 시스템은 이동 및 설치가 용이하여 ▶고해상도 고배율 CCTV ▶IoT 유해가스 센서 ▶비상 경광등 및 양방향 스피커 ▶IoT 기상 센서 ▶근로자 장비 위치 트래킹 등 다양한 스마트 안전 솔루션을 지상과 동일 수준으로 지하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스마트 품질 관리. AR기반 기술과 Q포켓

스마트 건설 기술은 현장 작업자에게만 이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최고의 품질을 이끌어 사용자의 만족을 이끌기도 합니다. 현대건설은 AR 품질관리플랫폼을 개발하여 영화에서나 볼법한 스마트 글래스를 쓰고 품질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글래스를 통해 AR 형태로 투영되는 도면과 바로바로 대조하며 시공현황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휴대전화로 현장 사진이나 영상으로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 검측 시스템 ‘큐포켓(Q-Pocket)’ 활용을 확대해 작업자들이 간편하게 품질 체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큐포켓을 통해 다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콘크리트 품질문제예방시스템 큐콘(Q-CON)까지 개발하여 ▶콘크리트 품질 검토 자동화 ▶콘크리트 강도 예측 등에 활용함으로써 건설자재로까지 품질관리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 건설의 미래를 바꾸는 기술

도로 현장을 상상해봅니다. 무인드론이 취합한 데이터와 BIM 정보는 현대건설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인 HIBoard(Hyundai IoT Smart Dash-board)를 통해 공유됩니다. 덕분에 본사와 다른 지역에서도 원격관리가 가능해지고, 다양한 관계사들이 함께 구조물의 설계를 시뮬레이션하고 디지털 모형까지 체크합니다. 현장 한편에서는 반듯한 길을 내기 위해 MG와 MC가 토공작업을 진행하고, 붕괴감지 센서와 AI CCTV가 주변 위험을 미리 알려줍니다. 구조물이나 도로의 콘크리트 품질 또한 AI를 통해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30년 후 건설 현장의 모습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스마트 건설 기술이 적용된 현대건설의 현재 모습입니다.

도로/철도 현장 스마트 건설 기술 활용 예시

2013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AI의 발달로 20년 안에 현재 직업 중 47%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산업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영역을 확장하며 여전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인구 변화와 에너지 고갈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은 건설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건설 현장의 운영방식 또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이들은 디지털과 AI 전환을 건설산업의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건설업이 적극적인 기술도입을 통해 첨단산업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