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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봄날, 가슴까지 시원한 드라이브 여행

2022.04.05 2min 14sec

길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통로입니다. 길에는 낯섦과 익숙함이 교차하고 만남과 이별이 순환합니다. 길은 지역과 지역을 잇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광들 역시 길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따스한 봄날, 설렘을 안고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가슴까지 시원한 그 길 속으로.



푸른 물결과 바람에 몸을 싣다 ‘제천 청풍호’


제천 청풍호


봄꽃이 만발하는 곳에는 꽃보다 사람과 차가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이런 혼잡함에서 조금이나마 비켜난 곳이 제천 청풍호 벚꽃길입니다. 남제천IC로 나와서 금성면을 지나 청풍랜드를 지나는 구간을 추천합니다. 본격적인 벚꽃길 드라이브에 앞서 금월봉휴게소에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이곳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습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펴 황홀한 기분마저 듭니다. 청풍랜드는 벚꽃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이곳에서는 눈앞에 벚꽃과 청풍대교, 망월산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마지막 구간은 삼국시대에 화려한 중원문화를 꽃피웠던 청풍문화재단지. 청풍호반을 끼고 비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사계절 색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해 진 후의 벚꽃길은 조명이 찬란하게 밝히는 덕에 낭만적이고 운치가 빼어납니다. 낮과 밤 상관없이 화사하게 빛나는 벚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청풍호로 떠나봅시다.



벚꽃길의 명불허전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10리(4㎞) 정도 되는 이 도로(지방도 제1023호선)는 해마다 봄이 오면 야단법석입니다. 벚꽃이 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니 사람도 차량도 들뜬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서인데요. 이 길은 1931년 신작로가 놓이면서 주민들이 직접 벚나무를 심어 조성했습니다. 지역 유지들이 자금을 갹출해 홍도화(복숭아) 200그루, 벚나무 1200그루를 심었다고 하네요. 벚꽃이 화사하게 피는 봄날, 남녀가 꽃비를 맞으며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고 해서 ‘혼례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이고 인상적인 이 길에는 다양한 색이 조화를 이룹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검은빛을 띠는 나무 기둥과 연분홍빛이 살짝 비치는 벚꽃송이입니다. 배꽃의 청아한 흰색과 싱그러운 개나리의 노란색, 사철 푸른 대나무와 녹차밭의 초록색도 곱디곱습니다. 꽃길을 따라 만물이 소생하듯 봄을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주말에는 거북이걸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런들 어떠하겠습니까. 푸지게 핀 벚꽃이 꽃비처럼 휘날리면 몸도 마음도 이미 가벼워진 것을요.



지친 도시인을 위한 ‘수도권 드라이브 코스’


수도권 드라이브 코스 사진

[ 팔당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벚꽃 드라이브로 유명한 에덴벚꽃길 사진

[ 벚꽃 드라이브로 유명한 에덴벚꽃길 ]


방콕만 하기엔 너무 아쉬운 요즘. 수도권 가까운 곳으로 떠나봅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있는 가평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그중에서도 신청평대교에서 양평군 서종면으로 이어지는 삼회리 벚꽃길이 좋습니다. 또 에덴벚꽃길은 실제 도로명이 벚꽃길일 만큼 아름드리 벚나무가 꽃을 피워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합니다. 용인 영동고속도로 마성 나들목에서 에버랜드 정문 드라이브 코스도 권할 만하다. 총 5㎞ 구간의 이곳에서는 차 안에서 꽃놀이를 즐기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과천 서울랜드에서 서울대공원을 거쳐 렛츠런파크까지 이어지는 코스도 유명한데요. 특히 렛츠런파크 구간은 야간에 더 멋있는 광경을 자아내 인기가 높습니다. 게다가 서울랜드는 도시보다 벚꽃 개화시기가 늦어 시즌이 지나서도 꽃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관악산과 청계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기온이 도심보다 낮은 까닭입니다.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와 수청리를 연결하는 지방도 337호선 구간에도 벚꽃이 장관을 이룹니다. 총거리 12㎞에 3000여 그루의 벚나무가 팔당호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합니다.



마음속에 짙푸른 물감을 풀다 ‘울진 해안 드라이브 ’


울진 해안 드라이브


울진 해안 드라이브의 출발지는 사람 내음,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후포항입니다. 대게로 유명한 곳답게 거리에는 찜통에서 대게 삶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후포항에서 3㎞ 남짓을 달리면 월송정입니다. ‘달빛과 어울리는 솔숲’이라는 뜻의 정자로, 수평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이 일품입니다. 울진 해안 드라이브의 절정은 일명 ‘쪽빛바닷길’로 불리는 덕신해변에서 망양정 구간. 작은 포구와 촛대바위, 거북바위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끕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따라 달리다 보면 망양정에 닿습니다. 송강 정철이 ‘관동팔경’에 소개했으며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라는 편액을 하사할 정도로 동해안 최고의 풍광을 자랑합니다. 망양정이 있는 곳은 해맞이공원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공원엔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산책을 겸해 쉬어 가기 좋습니다. 망양정을 뒤로하고 국도 7호선을 달려 죽변항으로 향합니다. 예로부터 화살의 재료였던 소죽(小竹)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죽변항과 가까운 곳에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이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진 세트장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 뒤로 후정해수욕장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해변에 밀려들면 그 물거품이 선명한 하트 모양을 그려내 ‘하트해변’이라는 애칭도 있습니다.


글·사진=임운석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