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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괜찮은 하루로 조각하는 법, 데일리 루틴

2022.02.18 2min 52sec

새해가 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종종 2021년을 썼다가 2022년으로 고쳐 쓰곤 합니다. 이렇게 습관이라는 게 무섭죠. 습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6일이며 이 습관은 행동의 44%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루틴은 습관과 좀 다른데요. 루틴이란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의도된 행동’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결과를 염두에 둔 징크스나 부정적인 습관인 버릇과도 다른 개념이죠. 좋은 루틴을 체계화한다면 작심삼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매일 의지를 다지지 않아도 될 테니까. 좋은 일상이란 어쩌면 좋은 루틴이 많은 일상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을 괜찮은 하루로 조각하는 법, 데일리 루틴 - 루틴이란, 내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 매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의도된 행동


왜 지금 루틴인가?

최근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 개인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인기입니다. 여기서 ‘루틴’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루틴에 관심을 갖는데요. 구글 트렌드를 통해서도 ‘루틴’이라는 단어의 검색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한 게 2020년 초, 바이러스 팬데믹 발생 시점과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사회에 큰 변화가 일면서 개인 삶에도 변화가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지키는 루틴’이 필요해진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모닝 루틴, 운동 루틴 등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한 설문에 따르면 개인들이 실천 중인 건 생활습관 루틴이 가장 많았습니다.

원래 루틴은 흔히 사용하던 용어는 아니었습니다. 주로 운동 경기에서 활용 빈도가 높았죠. 예컨대 일본의 야구 영웅 스즈키 이치로, 메이저리거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삼성의 박한이, 롯데의 박정태 선수 등이 독특한 타격 루틴으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야구선수 이승엽은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말을 신거나 글로브를 낄 때 왼쪽부터 먼저 하는 루틴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루틴, ‘최적화된 나’를 찾는 가장 빠른 방법

이처럼 운동선수들이 루틴을 실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아가 우리가 일상에서 루틴을 실천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우선, 불필요한 의사결정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하루에 7만 가지 정도의 일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까’부터 ‘몇 시에 잘까’까지 종일 선택의 연속입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아침 식사를 찾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수면 및 기상 시간을 연구해 루틴화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체계화된 루틴은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인데요. 따져보면 수많은 질병은 생활 속 크고 작은 루틴과 관련이 깊습니다. 퇴근 후 별 생각 없이 냉장고 문부터 열거나 비스킷을 먹는 작은 행동이 과체중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요. 건강한 루틴을 반복할 때 건강해지는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마지막은 평범한 두뇌로도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4년 청색 LED(발광다이오드)의 실용화에 성공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성공 요인으로 꾸준한 일상의 루틴을 꼽았습니다. 매일 아침 7시 출근해 연구하고 매일 저녁 8시에 귀가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루틴. 그는 연구에 열중하느라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루틴이 체계화되면 힘들이지 않고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고, 자유와 성취를 얻을 수 있고, 빠른 시일 안에 몰입할 수도 있죠.


최적화된 루틴을 찾기 위해 해야 할 세 가지

한 설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하루 평균 1.6개의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죠. 루틴은 성공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자신만의 루틴을 실천합니다. 내게 맞는 최적화된 루틴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나 자신부터 잘 파악합니다. 성공적으로 루틴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야행성인 사람이 새벽 4시 기상 루틴을 실천하겠다고 생각해 봅시다. 작심삼일에 그칠 확률이 높습니다. 혼자 하는 운동이 좋은 사람이 매일 아침 조깅 루틴을 한다면 아무래도 성공할 확률이 높지 않겠죠? 핵심은 내 기호, 성향, 나아가 비전까지 자신을 잘 파악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미래 커리어를 담보해 줄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새벽 기상 루틴을 실천하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

둘째, 중요한 루틴부터 늘려갑니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젊은 유도 선수들에게 줄줄이 한판승을 거두는 ‘유도의 신’ 미후네 규조의 비결은 중심축을 놓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루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실천해야 할 루틴을 무리하게 계획하는 것보다 욕심내지 않고 기상, 운동 등 인생의 중심축이 되는 중요한 루틴부터 하나씩 실천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좋은 루틴을 하나씩 늘려가면 됩니다.

셋째, 루틴을 지속적으로 보완합니다. 루틴은 한 번 만들면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실천하면서 꾸준히 개선해 가야 합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을 때까지 창조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저항 없이 기계적으로 실천하는 경지에 다다를 때까지 필요합니다.


매일의 루틴, 역사를 낳다

루틴을 잘 실천한 사람들의 사례는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합니다. ‘음악의 신동’으로 불리는 모차르트는 매일 아침 6시까지 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하고, 7시까지 옷을 완벽하게 입고, 9시까지 작곡한 후, 1시까지 레슨, 2~3시쯤 점심 식사와 사회활동을 하고, 저녁 연주회를 마치면 잠자리에 들기 전 짬을 내어 작곡하는 루틴을 반복했습니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남다른 루틴도 유명합니다. 그는 예외 없이 매일 새벽 4시부터 12시까지 글을 쓰고, 12시부터 2시까지는 달리기나 수영을 즐깁니다. 2시부터 9시까지 독서와 음악 감상을 하고, 9시부터 4시까지 잠을 자죠. 영국의 시인이자 청교도 사상가인 존 밀턴은 43세에 과로로 실명이 된 후 매일 조수를 통해 책을 읽고 쓰는 하루 루틴을 실천한 끝에 59세에 불후의 명작인 대서사시〈실낙원〉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이들의 일상에는 꾸준하게 실천해온 루틴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루틴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삶의 형태나 생활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이 루틴이 그 사람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계획을 세웠을 것입니다. 만약 작심삼일하고 있다면 계획을 이루게 하는 자동화된 시스템, 즉 루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루틴의 어원은 ‘깨부수다(to break)’입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관성을 깨고 삶에 새 길을 낸다는 의미죠. 거창하게 미래를 계획하기보다 우선 오늘 최선을 다해봅시다. 그런 오늘이 쌓여 한 달, 일 년, 십 년, 일생이 됩니다.


글=허두영 <데일리 루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