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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하반기 건설 원자재 전망... 추가 가격 상승에 대비하라

2021.08.26 2min 58sec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시행을 배경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원가 상승과 함께 기업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어 반드시 살펴봐야 합니다.


하반기 건설 산업을 둘러싼 리스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슈는 건설자재비 상승입니다. 지난해 연말을 저점으로 다수의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건설사들의 불안감이 확대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원자재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산업 수요가 회복되면서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연출됐고, 이는 곧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평균 건축공사비 중 재료비의 비중이 25%를 차지할 만큼 공사원가에서 원자재 구매 비중은 큽니다. 대한건설사자재직협의회는 지난 3~4월 59개 공공 및 민간 공사 현장에서 철강재를 비롯한 건설자재 부족으로 20일가량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비록 6월 초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했으나 건설자재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건설자재 가격 급등은 공사 지연과 함께 지체보상금 지불과 같은 문제로 이어집니다. 또한 공사원가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철강재... 타이트한 공급에 가격 상승 지속

최근 정부의 대책 역시 철근을 비롯한 철강재 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정도로 철강재 수급 불안정과 가격 급등은 건설자재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철근 · 형강 · 중후판 · 열연코일 등 주요 건설 관련 철강재 가격은 지난해 말을 저점으로 50~80%가량의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왔습니다. 이와 같은 철강재 가격 상승은 공급 악화에서 기인합니다.

예를 들어 형강의 경우 지난해 말 완료 예정이던 현대제철 대형 압연 신예화 작업이 수차례 지연된 후 올 4월 말이 돼서야 마무리됐습니다. 그 외에도 파업과 중형 대보수까지 더해지면서 생산량이 2019년 수준을 하회했습니다. 철근의 경우도 5월 현대제철 당진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철강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수입도 감소했습니다. 특히 5월 1일부터 시행된 중국의 수출세 환급 폐지로 인해 중국 제강사들의 수출 유인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 큽니다. 이와 함께 원재료 가격 강세도 국내 철강재 가격 급등에 여파를 줬습니다.

고로 원재료인 철광석의 경우 견고한 중국 수요와 함께 브라질에서의 공급 차질 우려, 선물 시장에서의 투기적 수요 증가로 인해 5월 한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원료탄의 경우도 중국 내 탄광사고 발생에 따른 안전감찰 강화에 공급이 위축되면서 2019년 6월 이후 처음으로 200달러(아시아 현물 가격)를 상회하는 등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전기로 원재료인 철스크랩은 국내외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철강재 가격 상승을 지지했습니다.

하반기에도 철강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전망입니다. 대한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건설투자가 상반기는 물론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서도 약 4%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특히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비수기라고 볼 수 있는 시기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여기에 현대제철 인천 대형 및 중형 H형강 공장 유지보수, 동국제강의 신예화 작업이 예정돼 있어 H형강의 공급은 여전히 부족할 것입니다. 중후판의 경우도 10월에 포스코 포항 2공장과 현대제철 당진 2공장의 유지보수가 계획돼 있어 시장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철강재 수요 증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제강사들이 보유한 철스크랩 재고가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철스크랩 가격 상승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듯합니다. 

고로 원재료인 철광석의 경우도 세계 2위 생산업체인 Vale의 생산능력 회복이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높은 가격이 유지될 전망입니다. 


도시와 그래프의 합성 이미지


비철강 건설자재도 가격 상승세 유지될 것

지난 상반기에는 주요 건설 자재인 시멘트와 레미콘, 골재의 공급도 부족했습니다. 주요 시멘트 업체가 정부의 탄소 중립화 정책에 발맞춰 환경 관련 투자를 늘렸던 까닭에 생산량이 예년보다 감소했습니다. 수출 물량 가운데 일부를 내수로 전환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는 했지만 지난해보다 높은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주요 운송 수단인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 부족 또한 시멘트 공급 차질을 가중시켰습니다.

시멘트 부족 사태는 필연적으로 레미콘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레미콘 시장에서는 수도권 믹서트럭 토요 전면 휴무제 실시, 제조사와 운수 사업자들 간의 운반비 협상 난항 등 자체적인 공급 차질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진 상황입니다. 골재의 경우도 천연 골재 공급이 감소하는 등 수요 대비 공급 상황이 악화되면서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와 같은 수급 부족 상황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줄어들었던 건축 부문 투자가 하반기에 회복되는 등 건설투자가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멘트의 경우 환경 이슈와 연계된 설비 보수로 인해 생산량 부족 현상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운임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으로 비용 전가 가능성이 높습니다. 레미콘의 경우 원재료 부족과 더불어 레미콘 운송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운반비 인상 이슈까지 더해지며 레미콘 가격도 추가적인 상승이 예상됩니다. 골재 수요는 당초 국토교통부가 전망했던 3.5% 보다 1.3% 포인트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반해 공급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한편 전기동 가격이 상반기 한 때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전선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아왔습니다. 비록 최근 들어 중국의 전략 비축 물량 방출 등의 이슈로 인해 가격 조정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의 경제활동 재개 가능성, 주요 구리 산지인 칠레와 페루에서의 생산회복 지연 등에 힘입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입니다.

전기동 가격은 하반기에도 상승세가 지속돼 전선 구매가격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연준이 단기간 내에 통화완화 정책 기조를 전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중국의 경기 부양책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칠레와 페루에서의 광산 생산량 회복이 코로나19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연될 것으로 예측돼 가격 상승을 지지할 전망입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가격 분석이 필요할 때 

상반기의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하반기에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건설사들의 원가 부담은 끝이 없을 전망입니다. 품목에 따라 상반기에 비해 공급 상황이 다소 호전될 수 있으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눈치보기 게임도 격화될 예정입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수 확대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세 지속, 미국발 조기 긴축 가능성 제기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과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 지속 여부는 하반기 국내 건설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이슈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합리적인 가격으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본 칼럼은 본 뉴스룸 운영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임석 <코리아PDS>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