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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 스마트함을 더하는 사람들

2021.07.06 6min 52sec

정해진 기간 내 ‘안전’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해 최고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건설회사의 본질적 과업입니다. 현대건설은 이 일을 더욱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스마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의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현대건설 스마트 안전·품질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사우들을 만나볼까요?



건설 현장에 스마트함을 더하다

(왼쪽부터) 윤중훈 책임(안전지원실), 정승균 책임(품질관리실), 김진우 팀장(건축주택기술실), 황재웅 책임(토목지원실) ]



‘휴먼 에러’ 막고자 ‘스마트 기술’ 도입

Q 올해 건설산업은 환경과 함께 안전·품질을 눈에 띄게 강조하는데요. 특별히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안전·품질관리가 주목받는 것 같습니다.

김진우 팀장(이하 김진우)  건설업은 몇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산업입니다. 과거에는 신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면 건설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는데, 어느덧 건설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한계가 온 거예요. 답보해 있던 생산성, 안전, 품질 등을 개선하고자 건설 현장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기 시작했죠. 우리 회사는 3~4년 전부터 현장에 스마트 기술 도입을 준비해 왔습니다. 

윤중훈 책임(이하 윤중훈)  스마트 안전기술 동향은 크게 센서 · 로봇 · CCTV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을 대신해 센서나 로봇이 일하게 하거나, 360도 카메라(CCTV)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관리하고 기록하는 거죠.

정승균 책임(이하 정승균)  국내 건설사의 경우 IT기업에서 역으로 제안을 받아 안전 · 품질기술을 개발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설 현장 여건과 잘 맞지 않다 보니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도 금방 한계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아요. 자체적으로 개발한 플랫폼을 이용해 안전 · 품질관리를 하는 곳은 국내 건설사 중 우리 회사가 유일합니다. ‘스마트’ 안전 · 품질기술이라면 국내외 어느 건설사보다 발전해 있다고 보는 이유죠.

황재웅 책임(이하 황재웅)  정 책임님 이야기처럼 건설사마다 안전 · 품질관리 체계가 다른데 기성 IT기술이 그걸 커버하지 못하는 거예요. 오히려 불편하고 안 쓰는 것만 못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죠. 우리 회사가 타사와 다른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외부 기술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 환경에 맞춘 안전 · 품질관리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있죠.


Q 해외 사례도 많이 참고할 것 같은데요.

김진우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사례를 꾸준히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해외 건설사 중에는 스마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크게 성장한 회사들이 있어요. 일례로 미국의 건설사 DRP는 스마트 기술로 매출 상승은 물론, 스마트 건설 컨설팅으로 업역을 넓혔죠. 우리는 구글 · 도요타가 스마트시티를, 테슬라가 초고속 지하터널을 건설하겠다고 나서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건설 현장에 적용하는 기술이야 우리가 낫겠지만, 원천 기술은 IT기업이 갖고 있습니다. 기술 융 · 복합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다른 영역에서 착안한 기술을 건설과 접목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황재웅  기술 융 · 복합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자동차 산업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1997년 영국 재규어자동차의 전 회장 존 이건(John Egan)이 ‘건설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낙후된 이유’를 분석한 보고서(Rethinking Construction)가 태동이 돼 건설업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 도입된 것처럼, 전혀 다른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의 눈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안전한 현장, 고품질의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제조업처럼 기계화 · 자동화가 반드시 필요하죠.


Q 스마트 기술 도입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승균  지금까지는 개인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했습니다. 한 개인이 지식과 경험이 많고 열정적이면 현장의 안전 · 품질도 좋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죠. 그러나 이렇게만 현장을 관리한다면 ‘사람’이라는 리스크가 발생해요. 사람마다 능력 · 집중력 · 열정의 차이가 있고, 컨디션의 영향도 받으니까요. 반면에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면 개개인의 능력에 기대지 않고 균일하게 품질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윤중훈  우리 회사는 휴먼 에러(Human Error)를 막기 위해 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도 도입하고 있습니다. 고정된 환경에서 작업하는 제조업과 달리 현장의 여건이 매번 바뀌는 건설업의 특성상 데이터 축적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안전하고 완벽한 건설 현장을 위한 노력

Q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우리 회사의 스마트 안전·품질기술이 있나요?

황재웅  지난해 ‘싱가포르 산업안전보건혁신 어워드’ 금상을 수상하고, 우리 회사 혁신대상에서도 대상을 받은 ‘실래인(Silane) 무인 자동화 도포 장비’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싱가포르 투아스 핑거3 매립공사 현장 직원들이 이뤄낸 쾌거죠. 해양 항만 케이슨 공법은 속이 빈 사각 콘크리트 구조물(케이슨)을 바다에 통째로 가라앉혀 기초를 만드는 겁니다. 케이슨 제작 분야에서는 우리 회사가 세계 최정상일 정도로 경험도 많고, 기술 혁신도 많이 이뤘어요. 그러나 해수에 노출되는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위해 도포하는 실래인 작업만큼은 작업자의 수작업에 의존해 왔죠. 현장 직원들은 도포 공정 자동화라는 목표를 세우고 머리를 모았습니다. 기성품이 없었기에 현장 직원들이 직접 분사 압력으로 회전하면서 도포 · 유지보수가 가능한 자동화 로봇 설비를 개발했죠. 기계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토목쟁이’가 모여 기획부터 기술 개발까지 이뤄냈다는 것 자체가 현대건설만의 DNA를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진우  최근 도입한 스마트 안전기술로는 ‘파일 관입량 자동측정 시스템’이 있습니다. 항타기에 바코드를 달아 얼마나 관입했는지 측정할 수 있는 무인화 · 자동화 기술이죠. 자체적으로 개발한 ‘SCMP(Smart Construction Management Platform) ’도 운영 중입니다. PC(Precast Concrete) 부재, 철골 등 주요 건설자재의 제작 · 운송 · 설치 현황을 3D로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공사관리 플랫폼이죠. 이 기술의 개발 배경에는 카타르 국립박물관이 있습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 공사에는 7만6000여 장의 섬유 보강 콘크리트 패널이 사용됐는데, 종류도 많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보니 자재 관리에 애를 먹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안한 것이 SCMP죠.

정승균  우리 회사는 현장 품질관리자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100% 시스템화하는 것을 목표로 스마트 통합 검측시스템 ‘ 큐 포켓(Q-Pocket)  ’을 개발했습니다. 큐 포켓은 모바일/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시스템으로, 기능 중 일부는 특허까지 등록돼 있죠. 2016년 예산을 받아 2017년부터 개발을 추진했는데, 처음에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 기술이 이렇게 보편화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현재 큐 포켓을 사용하는 모바일 이용자는 1600명 이상, 웹까지 포함하면 5000명 이상입니다. 전 현장에 배포된 플랫폼인 만큼 어느덧 현장 직원들도 큐 포켓이 익숙해졌어요. 지난해 말 30여 개 현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큐 포켓을 통해 업무 시간이 약 40% 단축됐다’는 결과도 나왔죠. 품질 지적서 발행 건수도 2017년 기준 3000건에서 지난해 말 기준 2만2000건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협력사 · 감리단 · 발주처 등 공사 관계자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큐 포켓이 업무 효율화에 도움을 줘 현장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윤중훈  ‘하이오스(HIoS, Hyundai IoT Safety System) ’는 2019년 건설사 최초로 우리 회사가 자체 개발한 안전관리 시스템입니다. 타사는 스마트 안전 시스템을 요소별로 각각 운영하는 것에 반해 우리 회사는 하이오스 하나로 타워크레인 충돌방지, 근로자 접근방지 경보 등 종합적인 안전관리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스마트 안전기술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인 ‘ 재해 예측 AI ’입니다. 현장 담당자가 현장 관리 시스템에 공정률, 사용 장비 등을 입력하면 AI가 차후 진행될 공사 내용을 예측해 해당 공사의 재해 발생 확률을 분석해내는 기술이죠. 아직은 실증 단계지만, 우리 회사가 스마트 안전기술을 선도한다는 생각으로 완벽한 기술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현장의 풍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황재웅  사보신문,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우수 활용 사례가 잘 홍보된 덕분인지 최근 2~3년 사이 사우들의 반응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아무리 좋다고 말해도 꺼리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신규 현장이나 직영 프로젝트인 경우 먼저 “사보신문에서 봤는데 그 기술을 우리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하죠. 

윤중훈  예전에는 현장에 부적합 사안이 있거나, 장비 여부를 확인하려면 무전을 치거나 전화 통화를 해야만 했습니다. 스마트 기술을 도입한 이후로는 모바일 현장관리 시스템 'HPMS'를 통해 현장에 어떤 장비가 있는지, 운전원은 누구인지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죠. 현장 직원들에게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는 이제 생활화돼 있습니다. 

정승균  2~3년 전만 해도 개인의 지식과 노하우가 빅데이터로 시스템화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스마트 기술을 통하면 10년차 베테랑과 신입사원의 능력 차이가 없어지니까요. 더욱이 젊은 직원이 IT기술에 대한 이해도나 적응력이 빠르니, 베테랑 직원들이 부담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미 변화의 바람은 불었고, 지금 뒤처져 있으면 앞으로 영원히 쫓아갈 수 없어요. 주저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스마트 기술에 적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큐 포켓 내의 ‘콘크리트 품질 시스템’만 봐도 1개 현장 도입도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60여 개 현장에서 사용 중이죠. 아주 빠르진 않지만 스마트 기술에 대한 인식 변화가 확실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진우  산업혁명이 여러 차례 일어나면서 시장과 산업이 크게 변화됐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실업률로 힘든 시기를 보냈느냐, 그건 아니거든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일자리도 생겼어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겠지만, 적응하면 단순 노동에서 해방되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네 분이 그리는 미래의 건설 현장은 어떤 모습인가요.

김진우  앞으로는 정제되지 않은 순수 데이터를 여러 각도로 분석·가공해 정보화하는 ‘데이터라이제이션(Datalization)’이 더 중요해질 겁니다. 사람이 판단해서 처리해 온 업무들을 스마트 기술이 취득해 데이터화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무엇인가를 예측하는 거죠. 또 “‘드론 라이다’로 측량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얼마나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겁니다. 미래의 건설 현장은 점차 무인화되고,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될 것으로 예상돼요. 그러한 시대에서 현대건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황재웅  맞습니다. 스마트 기술 도입으로 단순 감독 · 감시 업무는 급속도로 기계화와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의 업무는 프로젝트마다 달라지는 현장 여건에 맞춰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는 등 보다 창의적인 일에 많은 시간을 쓰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윤중훈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건설 현장의 모든 정보를 통합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 같아요. 센서, 영상 분석 기술 등 우리 회사의 스마트 안전기술로 ‘중대재해 제로’가 당연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정승균  스마트 기술을 통해 현재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콘크리트 품질 시스템’을 통해 콘크리트 생산지, 배합 지역, 습도, 기온 등의 값만 넣으면 최적의 콘크리트 배합이 나올 수 있도록 타설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요. 스마트 품질기술을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는 ‘선행적 품질관리’를 넘어 ‘완벽한 품질관리’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현대건설 박현희 / 사진=현대건설 이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