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 안전수행지원실 장비안전팀 김권범 책임, 기술연구원 기반기술연구실 정재훈 책임, 현장 사업수행팀 김도훈 책임, 기술연구원 기반기술연구실 이재원 책임·신영진 팀장 ]
2025년 6월 28일, 인천도시철도 1호선 검단연장선이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이 시공한 1공구는 국내 최초로 대형 로드헤더를 도입하고, 지하수나 연약지반 구간에는 TBM을 적용한 현장입니다. 특히 TBM은 최대 월 굴진 334.5m라는 기록을 세우며, 당초 계획보다 무려 84일 앞당겨 공사를 마쳤습니다. 전 과정을 무사고로 완수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더욱 큰데요. 이 모든 성과 뒤에는 각기 다른 전문성을 지닌 다섯 명의 전문가가 있었습니다.

최초, 최고의 성과를 위해 모인 사람들
김도훈_ 인천도시철도 1호선 검단연장선 1공구 건설공사(이하 검단연장선 현장)는 처음 도전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먼저, 국내 최초 대형 로드헤더를 적용했고, TBM과 로드헤더 병행 수행 그리고 이를 모두 직영으로 운영했죠. 그래서 현장뿐 아니라 기술연구, 안전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정재훈_ 맞아요. 로드헤더와 같은 새로운 기술 도입만큼이나 현장에서 각 팀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게 핵심이었어요. 특히 터널공사를 담당하는 전문 인원들이 실시간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다 보니, 토목사업본부와 기술연구원은 늘 함께 작업해왔고요.
김도훈_ 검단연장선 현장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장비를 쓴다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우선 지반 조건이 매우 복잡했어요. 구간별로 암반 강도가 달랐고, 특히 공항철도 하부와 아라뱃길을 통과해야 하는 특수한 환경이었죠. 많은 탑승객이 이용하는 공항철도 아래를 굴착한다는 것은 작은 변위라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요.
신영진_ 그래서 구간별 특성에 맞는 장비를 선택했습니다. 도심 주거지와 같이 소음과 진동에 민감한 구간에서는 로드헤더를, 장거리를 안정적으로 뚫어야 하는 아라뱃길 구간에서는 TBM을 적용했어요. 로드헤더는 발파 없이 기계로 암반을 굴착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고, TBM은 지하수나 연약지반에도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굴진이 가능하거든요.
김도훈_ 이런 복합적인 환경에서는 역할 분담이 명확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장비 운반과 조립을, 기술연구원에서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기술 지원을, 안전수행지원실에서는 장비 조립 시 사용되는 대형 모바일 크레인 장비 및 인양 작업의 안전을 담당했습니다.
이재원_ 검단연장선 현장 바로 전 대곡소사 복선전철 공사를 진행했는데, 그때는 김도훈 책임과 정재훈 책임이 본사 소속이었고, 저와 신영진 팀장이 현장 소속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 본 관계여서 신뢰를 바탕으로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죠.
김권범_ 듣고 보니 저만 이번에 새로 합류했네요. 국내 최초로 대형 로드헤더 장비가 투입되는 현장이기에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썼는데요. 오래 손발을 맞춘 동료처럼 협조해 주셔서 무사히 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암반 굴착의 새로운 길, 국내 첫 대형 로드헤더 도전기
김도훈_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대형 로드헤더 투입입니다. 국내 첫 적용이다 보니 기존 자료 없이 모든 걸 새롭게 준비해야 했거든요.
정재훈_ 그래서 초기 기술 지원에 집중했습니다. 로드헤더는 암석의 강도나 성질에 따라 굴착 속도가 크게 달라지는데요. 기존에는 대부분 해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예측 모델뿐이라 국내 지반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신영진_ 현장과 협력해 암석 강도 실험을 수행하고 장비 사양, 굴착 시간, 픽커터(굴착 도구) 소비량 등 암반 특성에 따른 주요 기술 데이터를 수집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로드헤더 굴착속도 예측모델’까지 개발했죠. 단순히 수치화하기 어려운 다운타임(굴진 외 대기 시간)의 발생 원인 등과 같이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운용 노하우도 함께 정리해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매뉴얼로 완성했습니다.
김도훈_ 이런 기술적 시도들이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철저한 안전 확보가 전제됐기 때문인데요.
김권범_ 140톤에 달하는 로드헤더 장비를 수직구로 인양해 지하에서 조립해야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지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크레인 용량과 설치 위치도 면밀히 검토했죠. 또한 지상 크레인과 지하 작업자 간 무전 신호 체계를 구축해 인양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했습니다.
김도훈_ 굴착 중 안전에 대한 고민도 많았습니다. 좁은 터널에 대형 로드헤더가 투입되는 만큼 안전사고 위험성이 훨씬 높았거든요.
김권범_ 로드헤더는 발파 공법과 달리 굴착 중에도 운전자가 장비를 운전하고 보조 인력들이 터널 내부에 상주합니다. 그만큼 낙석이나 장비 협착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에, 굴착 전에 터널 말단의 암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낙석 위험을 파악했어요. 장비 점검 시에는 반드시 안전 지지대가 설치된 구간까지만 장비를 이동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대형 장비가 협소한 터널 내부를 이동하는 구조적 특성상, 장비 구역과 작업자 이동 동선을 분리하고 신호수를 배치해 협착 사고를 예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김도훈_ 또 하나의 변수는 예상보다 훨씬 단단했던 암반층이었습니다. 지반조사에서는 암반의 평균 일축압축강도가 약 50MPa로 예측됐지만, 실제 굴착 중에는 100MPa 이상의 강도가 확인되기도 했죠. 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는 픽커터 소모량이 예측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픽커터는 암반을 굴착하는 도구로 소모성 자재인데, 당연히 암반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교체 주기가 훨씬 짧아지거든요.
이재원_ 그래서 이 문제를 놓고 현장과 기술연구원이 함께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먼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픽커터의 국내 제작 가능 업체를 조사해 시제품을 시험했고, 이를 통해 공급처 다변화 가능성을 확인하며 단가 협상에 유리한 기반을 마련했죠.
김도훈_ 이러한 고민은 TBM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졌는데요. 직영공사의 장점을 살려 현장 내 자체 ‘커터 샵’을 운영해, 디스크 커터 부품을 공급받아 현장에서 직접 조립한 뒤 마모된 부품만 교체해 원가를 절감했어요. 동시에 마모 저감제를 도입해 고강도 암반 구간의 커터 마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 발파 없이 암반을 기계로 절삭하며,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는 대형 굴착 장비, 로드헤더 (Roadheader) ]
정밀 시공과 대형 돌파, TBM이 제시한 복합 지반 해법
김도훈_ 로드헤더 못지않게 중요했던 결정은 TBM 공법을 함께 도입한 것이었습니다. 지반 조건과 공정 효율을 고려해, 상황에 따라 장비를 유연하게 선택했습니다.
신영진_ TBM은 100억 원이 넘는 고가 장비이기도 하고, 현장 맞춤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일단 제작 후에는 수정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기 설계와 장비 선정이 핵심이었죠. 현장과 반년 가까이 회의를 진행하고, 외부 자문까지 받으며 검단연장선 현장의 지반요건과 공정 준수에 적합한 장비를 선정했습니다.
이재원_ 이전 대곡소사 복선전철에서 유사한 직경의 TBM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때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지반 조건과 리스크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했죠.
정재훈_ 검단연장선 현장에서는 먼저 하선을 TBM으로 굴진해 암반 강도나 소모 자재 수량 등 현장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선 굴진 계획을 고민했습니다. 현장 상황에 따라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철저한 준비 덕분입니다.

김도훈_ 가장 어려웠던 구간은 공항철도와 아라뱃길을 통과하는 하부입니다. 공항철도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조금만 흔들려도 문제가 될 수 있어 노선을 보강하고 계측 센서를 설치해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열차가 지날 때는 감시원이 늘 현장에서 안전을 지켰죠.
신영진_ 특히 아라뱃길은 약 120m가량 암반 구간으로 중간에 TBM 커터 교체 없이 통과가 불가했는데요. 문제는 커터를 교체하려면 TBM 전면부를 열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고압 지하수가 유입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지반 조건을 철저히 분석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점을 교체 위치로 선정하고, 혹시 모를 침수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도 준비했습니다.
김권범_ TBM은 장비 무게가 상당하고 작업 공간도 제한적이라 안전 관리가 특히 중요했습니다. 현장 인양 시 대형 모바일 크레인의 제원을 수시로 확인하고 장비의 무게 중심이 맞는지 여러 번의 확인 과정을 거쳤습니다. 장비 조립과 해체 과정에서 끼임이나 협착 사고의 위험이 더 높아지는데요. 끼임 우려 구간에는 전면 보호커버를 설치하고, 협착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구간에는 상시 경고음을 울려 안전사고를 예방했습니다.

[ 앞면의 디스크 커터가 동심원 모양으로 암반을 깎으며, 복잡한 지질과 지하수 환경에서도 빠르고 안전하게 터널을 뚫을 수 있는 TBM(Tunnel Boring Machine) ]
검단연장선이 제시한 터널 시공의 새로운 패러다임
김도훈_ 검단연장선 현장은 8월 말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대형 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며, 최대 월 굴진 334.5m, 84일 공기 단축이라는 기록을 세웠죠. 이는 기술력은 물론, 철저한 안전 관리와 협업이 이뤄낸 값진 성과입니다.
정재훈_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로 대형 로드헤더 시공 실적을 남기며, 한국형 굴착속도 예측 모델까지 개발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한 공정을 마무리한 게 아니라, 향후 국내 터널 공사 전체의 기준점을 다시 설정한 셈이죠.
이재원_ 현장, 안전, 기술이 삼위일체가 된 대표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그 모든 과정을 함께한 증인이죠. 시공 현장에서 기술적 실험이 이뤄지고, 그게 실적으로 이어지는 경험은 쉽지 않은데, 이번 프로젝트는 ‘터널 기술력의 경계’를 넓힌 특별한 사례라 자부합니다.
김권범_ 맞습니다. 특히나 수백 톤에 달하는 대형 장비를 좁고 까다로운 터널 내부에 투입하며 무사고를 지킨 건, 모두가 한 치의 방심도 없이 안전을 최우선에 둔 덕분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술과 안전이 공존한 모범 사례로 남을 겁니다.
신영진_ 이번 프로젝트에서 쌓은 기술력과 현장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팀워크는 앞으로의 모든 도전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소장님을 비롯한 모든 현장 직원들의 헌신과 열정 덕분에 이례적으로 빠르고 안전한 터널 시공이 가능했던 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YOUTUBE] 대한민국 터널 기술의 미래! 인천 1호선 검단연장선의 현장 속으로!ㅣINSIDE 현장 (CLICK)